세키로 : 그림자는 두 번 죽는다 (2019)


일본 전란의 시대.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었으나 닌자 '올빼미'에게 거둬들여져 닌자로 자라게 된 주인공 '늑대'는 용의 피를 가지고 있는 계승자를 지킬 임무를 받게 되나 실패하고 폐인처럼 지내던 중 우연한 기회로 다시 계승자를 지킬 기회를 얻는다.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국을 통일하려하는 전쟁을 하고 있고 아시나 성은 도요토미에 대항 중이다. 아시나 겐이치류는 성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힘인 용의 피를 빼앗기 위해서 계승자를 납치한다. 

겐이치류로부터 계승자를 지켜낸 늑대는 계승자의 소망이 용의 피를 세상에서 제거하는 것임을 듣게 되고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서 필요한 제물을 모으기 시작한다.
제물을 모으던 중 아시나 성의 정신적 지주이던 아시나 잇신이 병으로 사망하고 히데요시의 병사들이 아시나 성으로 쳐들어오자 계승자는 이 혼란을 틈타 성 밖으로 도망을 치게 된다. 

성 밖에서는 계승자를 찾은 늑대는 죽음에서 살아 온 겐이치로와 잇신을 상대하게 된다.


다크소울로 큰 인기를 끈 프롬 소프트에서 만든 게임이다. 
기존의 다크 소울이 적들의 공격을 회피하거나 막아가며 빈틈을 찾아 낸 다음 공격을 우겨 넣었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이 게임은 회피를 지양하고 패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적들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마치 상대 공격의 빈틈을 찾아내서 한 방 한방 데미지를 누적시키던 스트리트 파이터 2 시리즈와 저스트 가드를 도입하여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요구하는 스트리트 파이터3 정도의 차이가 있는 듯 하다.

물론 회피하고 빈틈을 찾아내어 찌르는 공격이 안 통하는 건 아니지만 늑대의 공격력이 워낙 낮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는 적들을 잡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데다, 적들이 빈틈을 잘 보이지 않아 중간 중간 공격을 우겨 넣기가 많이 힘들다.

전작에서는 패링을 시작하고 실제 패링의 유효동작까지 일정 딜레이가 있어 (일명 선딜) 상대방의 공격을 예측하여 미리미리 패링을 시작해야 했으나, 이번작은 패링을 시작하면 바로 패링 유효동작이 전개되기 때문에 적들의 공격을 보면서 넣어도 패링이 가능하다. 패링을 한다고 적들이 바로 그로기가 되는건 아니라서 적들이 비틀거릴 때까지 계속해서 패링을 시도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이전작에 비해서 좀더 빠른 템포의 합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이정도가 이 게임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의 정신없는 패링은 시스템적인 차이라 하더라도 나머지 모든 부분에서 발전이 없거나 오히려 퇴보를 했다.

리스트 형식의 아이템창, 저 스크롤 바 크기를 보시라

소지품 창 : 이 게임에서는 적지 않은 아이템이 등장한다. 이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는 소지품 창에선 아이템이 리스트 형식으로 정렬이 되어 필요한 아이템을 고르기 위해선 적지않은 스크로를 해야 한다. 다크소울 2, 3에서 좋은 인벤토리 시스템을 선보여 놓고선 왜 이렇게 퇴보를 시켰는지 모르겠다.

암살 플레이 : 주인공이 닌자다 보니 적들을 뒤에서 기습하여 암살을 할 수 있다. 일반 잡몹은 암살 플레이로 순삭이 가능하지만 보스급 적들은 위의 패링 시스템으로 상대를 해야만 해서 전투 경험이 너무 차이가 난다. 적들을 처리하는 방식에서의 일관성이 사라졌다. 일부 적들은 암살로 처리하고 남은 적들은 전투를 걸어서 쓰러트리라는 것 같은데 기척 숨기기나 피 뿌리기 같은 스킬의 존재로 암살이 시작되면 시야 내 모든 적들을 한번에 쓸어버릴 수 있다. 
또한 잠입 암살이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지도 않아서 동료가 시체가 되어 누워 있어도 신경도 안 쓰고 순찰하는가 하면 몇 초정도만 안 보이는곳에 짱박히면 적들이 경계를 풀어버려 다시 암살 파티가 시작된다. 그러니 보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냥 적들의 뒤로 가서 암살만 계속하는 단순한 플레이가 지속된다.

길찾기 : 길찾기가 너무 불친절하다. 이전작들은 보스를 잡은 후 다음 가야 할 지역에 대해서 어느정도 인지가 가능했으나, 이 게임에서는 매달리기, 점프, 헤엄치기덕분에 어떤 지형이든 이동할 수 있어 가야 할 곳을 찾는데 에로사항이 꽃핀다. 지도나 미니맵이 있는것도 아니고 지형도 오픈월드에다가 길도 일자형이 아니다보니 길을 헤메는데도 꽤나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한 지역을 끝내고 나서 그 다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서 게임을 끄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세계관 & 스토리 : 개연성과 핍진성의 심각한 결여! 이 게임을 끝까지 했어도 스토리 정리가 되지 않는다. 세계관을 게임내에 잘 드러내 주지 않는게 프롬소프트의 특징이긴 한데, 이게 프롬소프트게임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초반부에 주인공이 3년 전의 과거로 이동하지 않나, 중반부부터는 요괴들이 등장하기 시작해서 선계같은곳까지 나오는데 게임의 통일성은 저 멀리 던져주고 '아 이거 넣으면 재밌겠지? 저것도 넣어볼까?' 정도로 마구잡이로 게임을 만든듯한 느낌이 든다.  "저 보스는 어디서 나온거지?", " 저 보스를 왜 잡아야 하는거지?", "저 보스를 잡은 다음에 뭘 해야 하는거지?"라는 생각이 게임내내 들게 된다.
무엇보다도, 게임의 배경은 전쟁의 시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시나'성' 이다. 죽음의 기운이 휩쓸고 가서 망자만이 남은 그런 지역이 아닌 것이다. (망자밖에 없는 지역을 히데요시가 군사를 써서 점령할 필요도 없으니...) 하지만 군인과 괴물들 외엔 사람들이 코빼기도 비치지 않아서 성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마치 툼레이더 1 (1996년작)에서 느꼈던 그런 느낌을 2019년 게임에서도 느끼다니...

 

저게 무슨 아이템일까? 응? 무슨 아이템이냐고!

 

 

게임업계는 붉은 여왕의 지배를 받는다. 열심히 앞을 달려나가도 겨우 다른 게임들과 비슷한 수준을 겨우 맞출 수 있는데, 이런식으로 발전 없는 게임을 계속 만든다면 프롬소프트라는 이름은 잊혀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