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닌텐도 DS기기용 작품. 이 시기에 나온 여타 테일즈 시리즈처럼 이 게임 역시 외주 개발사에서 개발을 했는데 첫 작이라 그런지 완성도가 그리 좋지 못하다. 게임이 부족하면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이 게임은 아쉬운 느낌이 아니라 부족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 쿠소게임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인필드, 마을, 전투, 스토리 모든 방면에서 조금씩 부족한데 일단 인필드 화면을 보자면,
필드는 (기기 사양때문인지) 심심하기 그지 없는데 넓은 느낌을 주려 했었는지 마을간 거리를 굉장히 멀게 설정해놨다. 때문에 필드내 한 마을에서 다른 마을까지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을 잡아 먹는다. 감상할 거리가 없는 심심한 필드를 한없이 걸어가는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마비노기'라는 MMORPG 의 초창기 시절, 시작 마을인 티르코네일에서 옆 도시 던바튼까지 실제 시간으로도 꽤 긴시간을 걸어야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나중엔 이동에 지쳐서 오토마우스를 이용했었고, 오죽했으면 귀환의 스크롤을 이용해서 바로 도시로 이동하는 알바가 유행했을까...
하여간 그런 추억을 떠 올릴 정도로 오토마우스를 쓰고 싶어질 정도로 필드가 지루하다.
마을 화면 역시 매우 심심하다. 마을이 몇개 되지도 않거니와 마을 안에 집이고 뭐고 너무 없다. 마을 크기가 매우 작아서 얼핏 생각하기에 마을 안에서의 이동은 지루하지 않을 것 같지만 마을 안에선 캐릭터의 이동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에 그리 쾌적하지만도 않다.
마을 미니맵에선 상점과 여관의 위치를 심볼로 표시해 주고 있긴 한데, 무기나 침대등의 아이콘을 사용했으면 가시성이 훨씬 좋았겠지만 그냥 빨간 점, 노란 사각형 이런 심볼만 보여주고 있어 뭐랄까... 성의가 없달까..
전투시스템은 이전작을 그대로 따와서 3열 전장을 사용할 수 있으며 적들이 가까이 있는경우 다른 열에 있더라도 공격하는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프리런은 없어서 열 사이를 뛰어다니는건 불가능하고 대시 커맨드를 통해서 열간 이동은 가능하다.
문제점으로는 적들의 체력은 이전 작들에 비해 꽤나 많고 기술에 소모되는 TP가 꽤 높은데다가 전투중에는 TP가 자동 회복되지 않아서 정말 금방 바닥난다.
때문에 자주자주 TP회복을 할 수 있는 아이템(구미)의 사용빈도가 높아지는데 위에 언급한대로 다음 마을로 가기 위해서 이동시간이 한세월이라 결국 아이템을 다 소진하고 평타 위주로 전투를 운용하게 되어 전투가 심심해진다.
테일즈 시리즈의 전투 특성상 기술과 콤보를 활용하여 적들을 가능한 빠르게 정리해야 하는데 TP가 충분치 않으니 평타로 체력 높은 적들을 한없이 때리는 지루한 전투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그런지 이 게임은 요리를 통해 TP를 회복하도록 요리의 회복량을 넉넉하게 책정했는데 닌텐도 DS의 기기를 활용하고 싶었는지 요리를 하기 위해선 화면을 터치하는 입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요리 판정이 너무 빡박하여 (실기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에뮬레이터에서는 성공 확률이 10%가 안된다.
그리고 전투 중 캐릭터 A.I.가 꽤나 당황스럽다.
적들의 A.I.는 주 캐릭터를 우선하여 적대하도록 설정되어 있는지 주 캐릭터가 근처에 있으면 이를 타게팅한다.
아군의 A.I.는 적들에게 일련의 콤보를 먹인 후 반드시 뒤로 후퇴했다가 일정시간이 지난 후 공격을 해 오는 특이한 설정이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아군과 주 캐릭터가 적들을 맡아서 공격을 하나 싶지만 곧 아군이 공격을 마치고 후퇴를 해 버리고 아군이 맡던 적은 주 캐릭터로 타깃을 바꾸어 다구리를 치는 장면이 꽤나 자주 연출된다.
이상태에서 방어라도 할라치면 측면과 후방으로부터의 공격은 방어가 안된다. 정면의 한 놈이라도 먼저 정리하려고 해도 옆구리나 뒤통수를 맞는 순간 공격이 끊기기 때문에 이도 수월치 않다.
이처럼 주 캐릭터가 탱커가 되어서 적들의 어그로를 끌고 있으면 아군 캐릭터는 극딜이라도 넣으면 좋겠지만 몇 대 때리고 후퇴를 반복하니 답답함이 극에 달한다.
오히려 이 후퇴 성향 때문에 이전작 처럼 아군이 적들의 공격에 죽어나가는 일이 적은건 소소한 장점이랄까?
심지어 주 캐릭터조차도 일련의 콤보를 마치면 뒤로 회피하는 동작을 한다(!).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처럼 공격을 마치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는 그런 느낌이다. 왜 있는지 모를 동작이다.
그리고 공격의 모션이 박력이 없고 너무 흐느적대는 모양이라 전투의 호쾌함도 찾아볼 수 없다. 위의 오프닝 영상에서 흰 브릿지가 있는 붉은 머리가 주인공인 카이우스인데 영상에 나오는 흐느적대는 저 칼질을 게임내내 한다.
스토리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소재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마을의 몰살로 인해서 복수의 길을 가는 부분은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를 닮았고 인간과 라이모르네인들간의 갈등은 테일즈 오브 디 어비스를 살짝 따라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게임의 후반까지도 전혀 언급조차 없던 존재가 최후반부에 최종 보스랍시고 갑자기 등장하고 최종전에서야 세계가 왜 위험에 처했는지 설명을 하고 있으니 매우 쌩뚱맞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마지막에 설명으로 다 때우고 있는 소위 말하는 '소드마스터 야마토식' 결말이다.
거기에 덧붙여 처음 보는 동네 꼬마들에게 자신이 옆마을 왕자이자 첩자라는 사실을 모조리 털어 놓는다거나, 이제까지 자신을 죽이려는 자가 커밍아웃하자 바로 이해하며 받아준다거나, 도시를 수비하는 흑기사단이라는 기사단이 고작 여행자 6명에게 탈탈 털린다거나 하는 개연성과 핍진성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린 연출은 덤이다.
왕이라는 신분의 최종보스는 수도 왕성을 버리고 왜 산속에 쳐박혀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니 스토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옆에 치워두고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게임하는게 정신 건강에 좋다.
정리를 하자면 어딜봐도 부족함이 보이는 참 안 된 작품이다.
평가
(-) 심심하고 지루한 필드
(-) 볼것 없는 단조로운 마을
(-) 어이 없는 전투 A.I.
(-) TP 부족으로 평타만으로 진행되는 지루한 전투
(-) 생각이 필요없는 스토리
(+) 짧은 플레이 타임 (12시간!!)
스토리
인간과 라이모르네 종족이 공존하는 세계. 평범한 인간에 비해서 라이모르네 종족은 야수화가 가능하다. 고대에 있었던 야수전쟁으로 라이모르네 종족은 세를 잃어 핍박받고 쫓겨다니는 삶을 살고 있었다.
작고 조용한 페른 마을에 카이우스와 그의 소꿉친구 루비아가 살고 있다. 평범한 일상을 깨고 어느날 상처를 입은 황급 갑옷의 기사 하나가 마을에 들어와 쓰러진다. 신관이 치료해 보지만 상처가 너무 깊었고 기사는 죽기 전 자신 옆에 있던 카이우스에게 페이션트를 주며 대공에게 전달을 요청한다.
이후 바로 마물들이 마을을 습격하고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자 카이어스의 아버지는 마을을 지켜내지만, 야수로 변신한 것 때문에 라이모르네임이 들통난다.
마물의 습격으로부터 구조된 마을 사람들 중 한 명이 보상금을 노리고 카이어스의 아버지를 교단에 신고하자 교단의 본단에서 심문관 루키우스와 로미 두 명을 마을로 파견한다.
마을에 도착한 심문관은 바로 카이우스의 아버지를 연행하고, 이를 막으려는 마을 교회 신부인 루비아의 아버지와 그의 어머니를 살해한 후 카이우스의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다.
간신히 마을 밖으로 대피 해 있던 카이우스는 이단 심문관을 쫓아 아버지를 구하기로 마음 먹는다.
루비아와 함께 이단 심문관을 쫓아 교회 본단이 있는 곳으로 향하던 카이우스는 옆나라 왕자 틸키스와 수행기사 포레스트를 만나서 잠시 동행한다.
틸키스는 자신의 나라에서 눈이 그치지 않고 마물이 늘어나는 등의 이상징후를 조사하다가 배후에 교단이 있을것 같다는 심증에 몰래 입국하여 조사하고 있음을 털어놓는다.
교회 본단이 있는 도시에 도착한 카이우스는 마을에서 죽은 기사에게서 받았던 페이션트를 대공에게 전해주려 하지만 대공은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라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린다. 대신 본단으로 가서 정보를 수집한 카이우스는 아버지가 이미 처형당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갑자기 대공의 기사단인 흑기사단이 카이우스가 가진 페이션트를 노리고 추적해오자 교단에 회의를 느껴 탈퇴한 성직자 아리아가 카이우스를 도와준다.
한편 카이우스와 떨어져 별도로 정보를 모으던 틸키스는 정보상의 배신으로 교단에게 쫓기다 포레스트가 잡히고 만다. 틸키스와 다시 만난 카이우스와 루비아는 아리아와 함께 포레스트를 구하기 위해서 교단의 지하감옥으로 몰래 침입한다. 교단의 지하감옥에는 포레스트뿐만 아니라 처형되었다고 알려진 라이모르네인들이 있었고 그 사이에 카이우스의 아버지도 있었다.
이들을 모두 데리고 탈출을 시작하자 흑기사단이 추격해온다. 다리위에서 일행은 흑기사단과 마주하게 되고 도망갈 곳이 없는 일행은 강으로 뛰어들게 된다. 카이우스와 카이우스의 아버지는 간신히 강에서 빠져나오지만 뒤따라 온 로미에게 따라잡히고 로미에 의해 아버지는 진짜 죽음을 맞게 된다. 이에 분노한 카이우스는 야수화를 각성하게 되고 카이우스의 힘에 밀린 로미는 줄행랑을 친다.
강을 따라 하류에 있는 마을에서 카이우스는 다른 일행과 다시 합류를 하게 된다. 일행은 교단이 행하고자 하는 생명의 율법에 대해 알아내고 그 의식에 사용되는 페이션트의 출처를 조사하기 위해서 라이모르네인의 수도였던 도시를 조사 해 보기로 한다.
라이모르네인의 옛 수도로 이동하던 중 흑기사단 단장인 알버트가 추적해 오는데 권력에 욕심이 난 알버트는 대공을 암살하고는 그 죄를 라이모르네인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몰락한 라이모르네 수도를 방문한 일행은 그 곳에서 교단의 심판관 루키우스와 로미를 다시 만나게 되고 동료 루비아가 납치된다. (그리고 루키우스는 자신이 카이우스의 잃어버린 동생이란 사실을 말한다.)
일행은 루비아를 되찾기 위해서 심판관들에게 결국 페이션트를 넘기게 된다.
일행은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 라이모르네인들이 숨어산다는 포레스트의 고향 숲속의 마을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포레스트의 친구 쏠스가 교황이 있는 대공의 도시를 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쏠스가 진을 치고 있는 마을에 당도하는데 마침 그곳에 대공의 흑기사가 어떻게 알았는지 라이모르네인들을 몰살시키기 위해서 들이닥친다. 카이우스 일행은 라이모르네인들이 다치는걸 막기 위해서 직접 교단 병단들과 싸워서 물리치고 알버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다.
한편 쏠스와 대면한 포레스트는 쏠스가 도시를 습격하는걸 유예하는 조건으로 일행이 먼저 교황과 만나서 담판을 짓기로 한다.
대공의 도시로 간 일행은 도시가 마물들로 가득찬데 놀라면서 교황을 만나러 간다. 교황과 만나기 앞서 루키우스가 덤벼 오지만 상대가 되지 못하고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예배실에서 교황과 대면한 카이우스 일행은 교황을 쓰러트리자 갑자기 교황이 갑자기 딴 사람처럼 행동을 한다.
교황은 페이션트 이용하여 자기 아내(이자 카이우스의 어머니)를 살리는 실험을 하다가 오히려 마물에게 몸을 빼앗겨 조종을 당했던 것이었다.
교황이 일행에게 모든 사정을 설명하려는데 로미가 난입하여 교황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한 후 페이션트를 강탈하여 달아나고 교황은 죽기 전 일행에게 북쪽 마을에서 고대 라이모르네의 왕 코베르트를 찾으라는 유언을 남긴다.
교황의 유언을 쫓아 북쪽 마을에 당도한 카이우스 일행은 드디어 코베르트를 만나 내막을 듣게 된다.
100여년 전 마법은 라이모르네인들만이 사용할 수 있었고 라이모르네인들은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서 마법을 남용하기 시작했다.
마법의 사용은 세상에 남아 있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행위였기 때문에 마법을 사용할 수록 대지가 척박해져갔다.
때문에 라이모르네인들이 살고 있던 도시에서는 나무와 풀들이 자라지 않고 땅이 사막화 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 때 한 여행자가 라이모르네 왕에게 생명의 율법을 사용한다면 에너지가 풍부해져 땅이 풍요로워질 것 이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생명의 율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페이션트라는것이 필요했는데 그건 생명의 율법을 행하는 종족의 영혼의 결정체였다.
코베르트왕은 수천 수만의 라이모르네인들의 영혼을 정제하여 페이션트를 만들고 이것을 이용해 생명의 율법의 의식을 행한다.
의식의 끝나자 갑자기 문이 열리고 남아 있는 라이모르네인들이 문으로 끌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라이모르네인들의 문명은 종말을 고했고 이것이 야수 전쟁의 숨겨진 내막이었다.
한편 생명의 율법을 알려 주었던 여행자는 수많은 페이션트들과 함께 종적을 감추고 만다.
그 여행자는 코베르트와 마찬가지로 페이션트 때문에 노화가 늦어져 나이를 먹지 않았으며 바로 그자가 아우렐라의 초대왕이다.
일행은 생명의 율법을 막기 위해 아우렐라 왕이 있는 아렐 산으로 향하는 도중 다시 로미와 마주친다. 일행과의 전투 중 로미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데 그 정체는 아우렐라 왕이 특별이 정제한 마물이었다. 이 때문에 카이우스 일행의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마물을 소멸시키는것이 불가능하다. 그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루키우스가 나타나 로미의 힘을 억제하자 기회를 보고 있던 카이우스는 최후의 일격을 날린다.
루키우스를 형제로 인정한 카이우스는 부상당한 루키우스를 놔두고 왕이 있는 궁전으로 향한다.
일행과 대면한 왕은 자신의 계획을 주저리 주저리 말한 후 최후의 전투를 벌인다.
여행자는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였고 생명의 율법은 차원의 문을 여는 술법이었다. 여행자는 차원의 문을 열어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했지만 당시의 생명의 율법이 만들어 내는 문은 불안정한데다 일방통행만 가능했기에 더 개량이 필요했다. 때문에 여행자는 라이모르네왕을 속여서 그리고 교황을 속여서 실험을 하고 생명의 율법을 개량했고 그 결과 카이우스 일행이 당도했을 무렵 생명의 율법은 마침내 완성되었고 다른 차원과 아우렐라 사이에 양방향의 문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다른 차원에서 마물이 건너오려 하고 있었다.
여행자는 마음을 바꾸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신 마물을 아우렐라로 넘어오게 해서 토착민을 절멸시키고 두 차원모두를 지배하는 왕이 되고자 했다.
카이우스 일행의 분전으로 아우렐라의 왕을 쓰러트린 후 카이우스 어머니의 유품인 여왕의 페이션트를 희생하여 차원의 문을 닫고 모든 상황은 마무리된다.
아리아는 틸키스의 고백을 받고 함께 틸키스의 고향으로 가고, 포레스트는 쏠스와 함께 라이모르네인들이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쓴다.
그리고 카이우스는 루비아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함께 세계로 모험을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