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파이널 판타지의 게임 장르는 뭐냐라는 질문을 던지면 10중 8,9는 RPG라고 답을 한다.
RPG라는 장르에 대해서 설명을 해 달라면 많이들 머뭇거린다. RPG란느 장르의 정의가 꽤나 모호하기 때문이다.
팬저 제너럴이라는 전략게임이 있다. 아군의 소대가 적 소대를 격파하여 명성을 쌓으면 승급을 하게 되고 소대의 능력치가 상승하게 된다. 이를 두고 모 게임 잡지에서는 'RPG 요소를 도입했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아마도 RPG라는 장르는 경험치를 획득하고 일정 수준이 되면 레벨업을 하는 게임을 통칭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 RPG, 그러니까 Role Playing Game 이라는 단어의 뜻을 보면 경험치나 레벨이란 의미가 전혀 없다. RPG의 뜻은 '역활(Role) 수행(Playing) 게임(Game)' 이다. 일상에서의 내가 아닌 가상의 다른 인물이 되어서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것, 그것이 RPG다.
가장 적절한 예를 들면, 어릴 때 즐겨 했던 '소꿉놀이'가 RPG의 정의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엄마, 아빠, 그리고 애기'의 역활을 정말 잘, 그리고 충실히 플레이하지 않는가.
스타크래프트 역시 RPG의 뜻에 부합한다. 내가 Commander의 역활을 정말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둠, 하프라이프 역시 말할것도 없다.
그럼 어쩌다 RPG라는 장르가 경험치를 쌓아서 레벨을 올리는 장르가 되었을까.
컴퓨터 초기의 게임은 스토리란게 없었다.
아타리의 퐁이란 게임은 그저 공을 튕겨 상대의 골에 공을 넣는 단순한 게임이며,
이후로 출시 된 발전 된 게임이래봤자, 단순하게 커서를 움직이며 점수를 내는데 그쳤다.
팩맨 |
스페이스 인베이더 |
핏폴 |
로드러너 |
그러다 테이블 토크 게임에서나 즐길 수 있던 용사와 던전과 드래곤에 관한 내용을 컴퓨터 게임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어왔고 그리고 크게 성공한 게임이 나오기 시작한다.
울티마 |
마이트 앤 매직 |
위저드리 |
몬스터가 득실대는 던전을 탐험하고, 사상 최강의 괴물인 드래곤을 무찌른다. 그리고 드래곤이 모아 놓았던 휘황찬란한 보물을 획득하거나 최강의 무기를 손에 넣는다. 아리따운 공주와 그 왕국 또한 훌륭한 전리품이다. 이런 상상의 나래를 테이블 토크 게임에서 펼쳐 가다가 컴퓨터로 그 무대를 옮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RPG라고 불렀다. 내가 용사가 되어 용사의 길을 걸어간다. 즉 게이머는 용사의 역활을 재미지게 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걸 볼 때 RPG의 주 요소는 명확하다. 스토리다. 게이머는 곧 주인공이며 따라서 게이머가 스토리의 배경에 참여해서 주인공인 척 판단하고 행동하며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
그러니 이런 스토리적인 요소가 이 RPG라는 게임과 기존의 게임을 구분짓는다.
당시 이 1세대 RPG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경험치와 레벨 업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당시 유행하던 테이블 토크 게임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니 당연히 그 시대의 그런 요소들이 컴퓨터 게임에도 등장하게 된다.
물론 경험치와 레벨업 요소가 없는 테이블 토크 게임들 또한 존재했고 그 역시 컴퓨터 게임으로도 이식이 시도 되었지만 세상의 이목을 크게 끌지 못했다. 우수한 게임 제작자를 만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고, 아니라면 컴퓨터 게임에 도입하기에는 너무 복잡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경험과 레벨업이라는 요소가 강조되다 보니 RPG 게임은 주 요소보다는 보조적인 요소로 설명이 되는 이런 주객전도가 되어버렸다.
1세대 RPG게임들이 나올 때 즈음, 그러니까 위저드리 1, 마이트 앤 매직 1, 울티마 1 (그리고 바즈 테일 1) 등이 유행하던 시기는 이들을 RPG로 분류해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컴퓨터 게임이 몇 없기도 했거니와, 그 이전 게임들은 스토리가 게임의 요소에 거의 포함되지 않았고, 게임의 주인공 역시 게이머와 동화가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지금은 수 많은 게임들이 Steam이나 Epic같은 ESD를 통해서 개발되고 배포되고 있다. 하나같이 장대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세세한 설정으로 게이머들을 매료 시키고 있다. 그러니 RPG가 아닌 게임이 없다.
둠을 통해서 우주 해병도 되었다가, 하프라이프를 통해서 외계인과 맞서는 공학도도 될 수 있고 바이오 하자드를 통해서 좀비들에 맞서는 신참 경관도 될 수 있다.
심즈라는 게임을 봐도 대 놓고 역활 게임을 하라는게 딱 보인다.
그러니 이제는 RPG라는 장르를 버려야 할 때가 왔다.
장르란건 이름만 듣고도 어떤 식으로 플레이가 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횡스크롤 비행 슈팅, 종 스크롤 비행 슈팅, FPS (FPS도 이후 사실적인 워 게임이 출시됨에 따라 하이퍼 FPS와 밀리터리 슈팅 게임으로 분화가 된다.), 잠입 액션 같은 장르는 이름만 들어도 이 게임이 나의 선호도에 맞는지 쉽게 알 수 있지 않는가.
우리가 소위 말하는 RPG라는 장르에는 파이널 판타지, 던전시즈, 디아블로, 레전드 오브 그림락, 던전 크롤등이 포진해 있다. 달라도 너무 다른 게임들이 RPG라는 장르에 묶여 있다는 얘기다. 이래서야 "이 게임은 RPG 입니다. 구입하실래요?" 라는 질문에 선뜻 답을 하긴 어렵다.
던전 시즈 |
디아블로 3 |
파이널 판타지 12 |
레전드 오브 그림락 |
던전 크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