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에 발매된 사일런트 힐 : 다운포어 이후로 제작이 끊겼던 사일런트 힐이 뜬금없이 리메이크 되어 출시되었다.
추측을 하자면 캡콤이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정체성을 확립했던 2편을 리메이크하여 히트를 하자 코나미도 "이거 돈이 되겠는데?" 하면서 사일런트 힐 시리즈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던 사일런트 힐 2를 리메이크 한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바이오 하자드는 공포가 가미된 액션 어드밴처 게임이지만 사일런트 힐은 공포 어드밴처 게임이기에 리메이크의 효과는 바이오 하자드에 비해 많이 미치지 못한다. 새로운 하드웨어에 맞게 여러가지 화려한 새로운 기술들을 우겨 넣을 수 있는 액션에 비해서 이미 스토리가 알려진 공포 어드밴처는 새로 만든다 해서 그래픽 외에는 어필할게 없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리메이크는 사일런트 힐 3를 끝으로 해체되었던 팀 사일런트가 재결성되어 담당했다. 원조 게임을 개발했던 팀이기에 기존의 분위기와 설정 그리고 느낌을 해치지 않고 리메이크 게임을 개발하는데 꽤나 성공한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전체적인 시스템은 다운포어와 2편을 적절하게 섞은 느낌이다. 카메라는 이제 주인공의 등 뒤를 따라가며 (전편은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었다) 아이템을 줍거나 좁은 틈새로 이동하는 동작은 텍스트에서 인게임 컷신으로 바뀌었다.
그래픽의 일신으로 인게임 컷신와 게임 화면간의 괴리감은 매우 줄어들었다.
무기 체제나 회복은 기존의 2편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근접무기 한 종류에 총기류 세 종류가 등장한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세부적인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건물이 전부 재배치 되었고 때문에 퍼즐도 모두 새로운 퍼즐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벤트의 연출이 매우 자세해져서 원작에선 추측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부분들이 많이 명확해지며 스토리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해 준다.
예를 하나 들자면 원작에선 주인공이 마을을 탐험하다 우연히 주운 <우드사이드 아파트>를 열쇠를 획득했기에 이 아파트로 향하지만 리메이크 된 게임에선 퍼즐의 보상으로 아파트의 열쇠가 나오기에 헤메임 없이 바로 아파트로 갈 수 있게 된다.
이 게임은 언리얼 엔진의 최신 버전 (ver 5.x)로 만들어져 있어 수려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반대로 실행 할 때마다 셰이더 컴파일로 게임의 시작을 지연시키고 최신 엔진답게 최신 사양의 하드웨어를 요구한다. (A.I.의 급성장과 국제 전쟁때문에 하드웨어의 가격이 폭등한 2026년에는 컴퓨터 업그래이드는 선택지가 될 수 없다. ㅜㅜ)

이 게임의 제작자들도 요구 사양을 너무 높게 잡은것이 미안했는지 일반사양의 컴퓨터를 위해서 30FPS 랜더링 옵션을 제공한다.
인게임 컷인은 모두 30FPS로 표현(이는 영화같은 연출을 위해서 의도된 것이기도 하다. 영화는 보통 24FPS로 재생되기 때문이다.) 되기 때문에 오히려 실제 플레이도 30FPS가 적절한 것 같기도 하지만 큰 문제점이 하나 있다.
입력 지연에 대한 보상이 전혀 적용되어 있지 않아서 캐릭터의 움직임이 너무 꿈뜨다. 적을 직접 겨냥하고 조준해야 하는 총기류 사용시 이런 입력 지연때문에 제대로 조준하기가 힘들다.
반면 충분한 사양이 된다면 레이트레이싱을 비롯한 대부분의 옵션을 켰을때 언리얼 엔진이 자랑하는 끝내주는 그래픽이 나오게 된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옵션을 켜지 않더라도 벽 틈새로 들어오는 햇살이라던가 땅에 고여 있는 물에 비치는 나무 그림자등 눈이 호강할만한 화면은 보여주어 "그래 이게 2025년 게임이지"라는 감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적인 그래픽임에도 불만스런 부분이 있다면 어두운 부분이 너무 강조되어 있다는 것이다.
원작에선 어두운 장소에서도 배경과 사물의 색과 디테일을 표시하지 못할 뿐 윤곽은 보여줘서 불편함은 없는데 이번작에선 어두운 부분은 아예 보여주지 않는다.

어둡다는 설정이 안보인다는 걸로 표현한 것은 너무 단순해서 아쉽다.(현실에서도 어두운곳에서는 사람의 간상 세포는 동작을 하기에 조금의 빛만 있더라도 물건이 아예 안보이는건 아니다.)
원작의 전투가 너무 쉬웠다는 평을 의식해서인지 전투 난이도가 매우 높아졌다. 원작 플레이경험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전투 난이도를 쉬움으로 해야 어느정도 비벼볼 정도이다.
원작에서 라잉피규어의 독 뱉기 공격은 두어걸음만 뒤로 물러나면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날 수 있었던데다 주인공이 쇠파이프로 후려치기만 해도 경직때문에 아무것도 못하였고 최강 크리처인 삼각두(영어로 Pyramid Thing)는 공격이 너무 느려서 슬슬 걷기만 해도 모두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메이크에선 독 뱉기 공격은 뒷걸음질로는 도저히 피할수 없고 크리쳐가 회피/패링으로 주인공의 공격을 쳐내고 반격까지 한다. 특히 버블헤드 너스는 슈퍼아머를 달고 연격까지 하기 때문에 근접무기로 상대하기는 매우 힘들게 변했다.

총기류로 처리하려해도 요즘 게임 NPC가 기본 소양으로 장착한 총구 사선에서 피하면서 이동하기 + 앞서 설명한 입력 지연으로 피로도가 높다. (PC에선 이순간만큼은 마우스를 이용하여 난이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이렇게 리메이크에선 피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는데 체력은 오히려 더 줄어들어서 4~5대 정도 피격당하면 사망한다.
특히 앞에 설명된 독 뱉기 공격은 제대로 맞으면 2방에도 죽을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주인공은 원작의 방어 기술을 버리고 회피를 습득했다. 회피 키를 누르면 이동하면서 약 1초간 어떤 피격도 받지 않는 무적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그나마 물약의 소모가 덜하다.
이렇게 까다로운 적들을 피하거나 상대하는 것 때문에 전작의 8시간 플레이 타임이 15시간 정도로 뻥튀기 되었다.
일부 평가자는 이 회피기능 때문에 게임의 전투가 너무 긴박감이 없다고들 평하는데, 필자는 그 평가에 반대한다.
이 게임은 적극적으로 적의 공격에 대응하며 약점과 사선을 찾아 공격하는 액션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액션 요소가 강화되었다면 이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면이 불러오는 컴플렉스에 대한 메시지가 매우 약해졌을 것이다) 이 장르를 선호하는 게이머들에게 오히려 고통만 안겨줬을 것이다.
전작에서는 총기류의 탄약 습득시 한 탄창 분씩 입수되었지만 리메이크에선 정말 소소하게 1~3탄알씩 입수한다. 대신 탄약이 여기저기 곳곳에 많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것은 가능한 맵을 구석구석 탐험하고 경험해보라는 제작자의 의도인것 같기는 하나, "아니 사일런트 힐에서 탄약은 무슨 구두약마냥 아무나 사서 다 쓰지도 않고 버리는건가?"라는 생각과 함께 탄약을 입수할 때마다 누군가 베어먹은 햄버거를 줍는 느낌이 든다.
초반에 말했듯 원작의 제작자들이 만든 리메이크기에 소소한 팬 서비스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원작에서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던 곳들을 비슷하게 구현해 놓고 "봐봐 여기 기억나지?"하는 식으로 강조를 해 준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바로 전에 원작을 플레이해봤다면 꽤나 많은 부분들이 눈에 익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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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수작은 아니지만 팬들에 한해서는 할 만한 게임이다.
사일런트 힐 시리즈답게 이 게임역시 설정놀음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신규 게이머들은 이 설정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 팬들에 한해서 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처음으로 플레이하는 사람은 등장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나 이들에게 다가오는 시련들은 곁들인 해석 없이는 "이게 뭥미?"라는 물음표만 가득 띄울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리
아내로부터 사일런트 힐의 특별한 장소에서 기다린다는 편지를 받은 제임스 선더랜드(Thrunderland가 아니라 Sunderland다)는 아내인 메리 선더랜드가 이미 3년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혼란한 마음을 가지고 사일런트 힐에 들어선다.
이 마을은 아내와의 연애시절 즐거운 기억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사일런트 힐의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관광을 테마로 재건축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일부 주민 (아마도 신의 유물이 드러나지 않도록 보호하려 했던 교단일 것이다)의 방해와 반대로 재건축 사업은 실패하고 폐허로 몰락하게 되었다. 제임스와 메리는 마을이 몰락하기 전에 이 곳으로 여행와서 즐거운 추억을 쌓았던것 같다
아름답고 고요했던 기억속의 마을과는 달리 사람들이 다 떠나가 폐촌이 되어 버린데다 이상한 괴물까지 거리를 배회하고 있어 제임스는 매우 당황하게 된다.
마을 입구에서 제임스는 안젤라라는 고등학생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 역시 누군가를 찾아서 이 마을에 왔다고 한다.
제임스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남겨 놓은듯한 힌트를 따라서 마을을 돌아다니게 되고 허름한 아파트에서 누군가를 피해서 도망쳐 온 듯한 에디라는 청년을 만난다.
단서를 따라 호숫가 공원에 도착한 제임스는 아내 메리와 너무나도 닮은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마리아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너무나도 닮은 외모에 제임스가 어리바리하는 사이 마리아는 제임스에 호감을 가진듯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해 온다.

마침 자신의 아내 메리를 알고 있는듯한 꼬마 로라가 병원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 제임스는 마리아와 함께 로라를 쫓아 병원으로 들어간다.
병원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폐쇠되어 관리도 안되었고 게다가 크리쳐까지 돌아다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임스는 포기하지 않고 병원을 돌아다니며 단서를 모으고 끝내 로라를 찾아낸다.
하지만 로라는 제임스에게 매우 적대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제임스를 속여서 창고에 가두게 되고 제임스의 분노가 커지며 병원이 이면세계로 바뀌고 만다.
간신히 이면세계를 빠져 나온 제임스에게 누군가가 역사 박물관에 관한 단서를 남겨 놓았고 제임스는 역사 박물관으로 향한다. 제임스가 도착한 박물관 역시 이면 세계로 변하고 박물관의 출구는 미궁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미궁의 끝에서 제임스는 겁에 크게 질려 있는 안젤라와 재회하게 된다. 제임스가 안젤라를 진정시키려 하던 그때 안젤라가 두려워하던 "아빠"라는 크리쳐가 제임스를 덥친다. 제임스는 도망치는 대신 안젤라를 구하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크리쳐를 처치한다. 그러자 안젤라는 쓰러진 크리처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녀의 아빠로부터 강압적인 성폭력을 당해 왔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안젤라와 헤어지고 나서 계속 미궁을 탐험하던 끝에 제임스는 에디와 재회한다. 에디는 자신의 뚱뚱하고 못생긴 외모때문에 놀림을 당하자 그 사람을 살해하고 사일런트 힐에 숨어 들었고 그 사실을 제임스에게 들키게 되자 제임스를 죽이려 한다. 제임스는 다짜고짜 덤벼드는 에디를 결국 살해하고 만다.

이후 메리가 언급했던 그 특별한 장소가 툴루카 호수의 섬에 있는 호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제임스는 보트를 이용해 호수를 건너 호텔로 가게 된다.
호텔 역시 시설이 여기저기 부셔진 상황이지만 결국 메리와 함께 머물렀던 312호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메리와 함께 찍었던 비디오를 보게 된다.
그 비디오를 보게 된 제임스는 메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또 무엇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아내를 찾아서 사일런트 힐로 왔는지를 깨닫게 된다.
제임스는 불치병 때문에 점점 히스테릭해지는 아내를 보살피는데 지쳐갔고 결국 아내를 동정하기보다는 미워하는 마음이 더 커져갔다. 이 때문에 결국 아내를 배게로 살해하게 되었고 결과로 제임스가 얻은것은 해방감이 아닌 죄책감이었다.
아내로부터 편지를 받았을 때 제임스는 혹시나 살아 있을지도 모를 아내로부터 용서를 받기보다는 자신이 벌을 받길 원했다. 그런 마음이 사일런트 힐의 저주와 융합되어 제임스의 눈에 크리쳐들이 보였던 것이다.
메리는 의사로부터 집에 돌아도 된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병이 호전되었다는것이 아니라 죽기전 마지막을 정리하라는 뜻이다)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메리는 남편인 제임스와 병실 친구인 로라에게 편지를 쓰고 담당 간호사인 레이첼에게 자신이 죽은 후에 전해 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남편인 제임스에게 남기는 편지엔 사일런트 힐에서 제임스와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추억한다는 내용과 이제 자신을 잊고 제임스 자신의 삶을 살라는 내용, 항상 남편인 제임스를 사랑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 철이 없던 로라가 레이철이 보관하고 있던 편지의 일부를 훔쳐버렸고 제임스에겐 아내가 남긴 편지의 전반부만 전달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제임스는 아내가 사일런트 힐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오해를 했던 것이다.
자신에게 전달되지 못했던 메리의 편지를 읽고선 비로소 아내가 죽기전까지 자신을 사랑했음을, 그리고 자신이 살아주길 원했음을 알게 된다.

호텔의 옥상에서 다시 마리아와 마주하는 제임스. 자신을 옮매고 있던 죄책감에서 해방된 제임스는 메리를 흉내내고 있는 마리아를 부정한다. 하지만 순순히 죽음을 (혹은 소멸을) 받아들였던 삼각두와는 달리 마리아는 소멸을 거부하고 제임스에게 달려든다. (아마도 제임스의 미련이 많이 반영된 크리쳐인듯 하다.) 하지만 제임스는 마리아를 떨쳐내고는 로라를 데리고 사일런트 힐을 벗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