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힐 f (2025)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리메이크나 리마스트를 제외한) 8번째 정식 게임이다. 서브 타이틀에 숫자도 아니고 단어도 아닌 알파벳 f가 붙어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플레이 내내 등장하는 상징인 fox 여우의 두문자인 것 같기도 하고 4회차까지 플레이했을 때 볼 수 있는 작가의 메시지 female 여자라는 단어의 두문자인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적들이 등장할 때마다 같이 등장했던 flower 꽃의 두문자일지도...

사일런트 힐 f는 사일런트 힐 2 리메이크와 같은 해에 발매가 되었다. 자사의 팀 사일런트에는 리메이크를 맡기고 외주엔 신규 제작을 맡긴듯 하다. (보통 다른 회사라면 반대로 한다. 자사는 신규 제작을 맡고 리메이크는 외주를 줘서 다른 느낌을 주려 한다.) 

게임 시스템은 시리즈의 기본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크리쳐를 피하거나 처치하면서 필드를 이용하고 필드에 마련된 퍼즐을 풀면서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는 그런 공식 말이다. 좋게 말하면 시리즈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표현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시리즈가 진행되는 내내 발전이 없는 게으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 제작사가 절대로 실패를 해서는 안되는 AAA급 게임을 제작하는 경우 이런 경향을 띄는 경우가 있으나 코나미가 AAA급 게임 개발사는 아닌데...

하나하나 살펴보면
일단 필드의 디자인은 놀랍다. 마을을 돌아다녀보면 복붙한 텍스쳐는 거의 보이지 않아서 마치 현실과 같은 느낌을 주는 맵을 구현해 내었고 이 때문에 마을의 구조가 눈에 익는다면 (그리고 길치가 아니라면) 미니맵 없이도 마을을 탐험할 수 있을 정도다. 
각 건물과 사물의 디테일이 상당하여 필자(노년이다!)가 어릴적 살았던 시골마을이 떠오른다. 다만 그래픽 디자이너가 활용한 자료가 과거 사료보다는 현재의 폐촌에 대한 자료가 더 많았는지 폐촌에 가까은 느낌을 준다.

어렷을 적 기억이 떠오른다.

게임 플레이중 듣게 되는 배경 음악은 옛 일본 영화에서 많이 들을법한 음악이 나오며 이벤트가 발생할 때 나오는 음악은 이전의 사일런트 힐을 떠오르게 하는 음악이 나오는 등 음악의 조화는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클라이막스에서 일본의 고전 악기로 연주하는 듯한 음악과 사일런트 힐의 시그니쳐 소리인 사이렌 소리의 조합은 멋지다는 말 밖에는 할 게 없다.
즉, 사운드와 비주얼 부분에서는 최고라는 찬사를 들을만하며 실제 다른 사이트의 평가를 봐도 비주얼과 사운드는 불호 없는 호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동양인들에게는 약간 불호의 느낌이 있는 부분이 있는데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애매하게 모두 못생겼다. 
캐릭터의 얼굴을 거의 실사에 가깝게 모델링하고 있는데 주인공 히나코와 부주인공격인 슈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의 평범하게 못생긴 얼굴을 모델링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실감이 살아나는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에서조차 이런 평범함을 경험해봐야하나 싶다.

이 둘이 그나마 낫다.

여담으로 필자가 경험한 이런 동양인 실사에 가까운 얼굴은 소니에서 발매한 사이렌이라는 게임 이후 두 번째다

사운드와 비주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보통이하라는게 문제이다.
사일런트 힐 시리즈에서 항상 등장하는 퍼즐은 여전히 게임의 스토리와 진행에 녹아있지 않고, 본편에 따라온 시간때우기용 별책부록과 같은 인상을 준다.
사일런트 힐 1 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기조는 변화없이 계속되었는데 게임의 플레이가 점점 발전하는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게되면 정말 낡았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여학생 사물함을 뒤져서 나온 열쇠가 학교 후문(대문)의 자물쇠를 위한것이라는건 일반적으로 납득하지 힘들지 않을까 (선생의 책상에서 나왔다면 몰라도 말이다)

전투 또한 만족스럽지 못하다. 개발사가 사일런트 힐의 전투 시스템에 공을 들였다는 인터뷰 기사가 있다는것 같은데 공을 들인게 이정도라면 안들였으면 어쩔뻔했나 싶다.
사일런트 힐 f의 전투에서 추가된건 스테미너와 저스트 회피 그리고 특수 자원을 소모하는 기술이다. 
원거리 무기는 배제된체 쇠파이프, 식칼, 낫과 같은 근접 무기만 등장하고 이들의 무기엔 내구도가 있어 때리다봄면 부셔진다. 문제는 내구도 수치가 너무 낮아서 크리쳐 하나 죽이면 내구도가 바닥을 기게 된다. 다운포어처럼 무기가 사방에 널려 있어 무기가 부서지더라도 바로바로 수급할 수 있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투중 무기가 부서지면 무기 수급을 위해서 도망을 다녀야 한다.
스테미너가 바닥나면 공격, 회피, 달리기가 모두 봉인된다. 스테미너의 회복 속도가 너무 느려서 스테미너가 바닥나면 적들의 공격을 버텨내야 하는데 대부분의 전투 장소가 좁기 때문에 도망다니기보다는 얻어맞는 시간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내구도와 스테미너 이 두 요소로 인해서 전투를 하기보다는 전투를 피하는것이 더 유리하다.  그러니 전투에 공을 들였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전투엔 스트레스 요소가 가득하다

저스트 회피시 스테미너를 회복할 수 있으나 이 저스트 회피를 노리고 쓰기는 매우 힘들다. 
여타의 액션 게임(특히 다크 소울)에선 적들이 공격하기 전에 공격의 준비 모션 (보통 전조라고 한다)을 확실히 제공하기 때문에 동체 시력이 느린 필자 같은 사람은 전조를 학습하여 적들의 공격에 대응하거나 할 수 있지만 이 게임에선 공격의 전조가 없이 바로 공격 모션이 나와 피격 당하기 일수고 공격의 준비 모션이 있는 일부 적들은 준비 모션 후 공격이 나가는 속도가 너무 늦어 타이밍을 잡기 힘들게 만든다. 이런건 공격의 전조가 아니라 공격이 멈췄다 나가는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아쒸 언제 때린다는겨!

적들의 순간적인 공격에 비해서 주인공 캐릭터의 준비 모션이 너무 긴데다 크리쳐는 피격시 경직을 받는 것이 랜덤이라 공격 중에 쳐맞는 일이 매우 자주 발생한다.

그렇다고 스킬이라도 임팩트가 있어서 게임의 재미를 더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스킬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정신력이라는 특수 자원을 소모하여 기를 모아야 하는데 특수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서는 기를 모으는 시간이 너무 긴데다가 기를 모았다고 해도 약간 강한 공격이 나가거나 반격의 기회를 잡기 쉬울 뿐 그 외 아무효과도 없다. 그런 주제에 자원의 소모량은 많다.

무엇보다도 등장한 적들의 종류가 적고 무기의 종류도 적다보니 전투가 재미가 없다. 이 게임에서 전투는 공포와 긴박감을 제공하는것이 아니라 그냥 플레이타임을 늘리는 짜증만 가득한 요소다.

스토리도 재미가 없다. 해외 게임잡지에선 일본에 대한 환상과 동양 문화에 대한 호기심 버프를 받아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준 듯 한데 실제 다운로드 받아 플레이한 게이머들에게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일단 일본 배경이라는 것 부터 감점이 들어간다. 
이전작들은 어떻게든 사일런트 힐이라는 장소와 관계를 지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 장소와 가장 연관이 적은듯한 사일런트 힐 홈커밍마저도 주인공에게 내려진 저주가 사일런트 힐 교단에서 발견한 저주이며 저주를 건 자도 교단이 기른 제물(이나 실험체)라는 설정이 붙어 있다. 
하지만 이번작에선 뜬금없이 일본, 게다가 근대 사회라니... 사일런트 힐이 지명이 아니라 현실 세계와 이면 세계를 오가는 정신병이라는 새로운 설정이 붙었다는데 지금까지 사일런트 힐 시리즈를 플레이해 온 게이머들에게 그런 변명이 먹힐리가...

내가 알고 있는 사일런트 힐이 아니다.

그 다음 문제점은 회차 플레이다. 스토리를 그나마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 3회,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 4회의 재시작을 해야 한다.
보통 회차플레이를 지원하는 여타의 게임은 매 회차마다 다른 경험을 제공하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어 다크소울은 회차마다 보스의 피해량과 체력이 증가하는데 소울류 특성상 체력과 피해량이 달라지면 공략 시간이 늘어나는것이 아니라 공략의 방법이 달라져야 하기에 회차마다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똑같은 적들이 등장한 똑같은 필드에서 똑같은 플레이를 하게 만든다. 
회차별로 달라지는 점은 등장하는 메모나 자료가 늘어나고 챕터별 컷신이 약간 변화한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보스가 달라진다는 점 뿐이다.
회차를 진행한다해서 자연스레 스토리가 해금되는것이 아니고 게임에 등장한 단서를 꼼꼼히 보고 추리와 유추를 잘 해야 추가 스토리가 풀리도록 되어 있다. 차라리 인터넷 검색을 하는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

이런 컷신 하나 보여줄려고 회차 플레이를 시키냐.

진엔딩에 해당하는 4회차의 엔딩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나오는데 누구든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여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인성 교육에서나 나올만한 내용인데다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친구도 죽이고 부모도 죽이고... 중간에 여성의 삶이 피동적임을 설명하는 샛길로도 샜다가... 이걸 내용을 누가 좋아나 할까...

추측을 하자면 역대급 비싼 가격으로 발매 되었는데 짧은 플레이 타임을 욕 먹을까봐 이렇게 억지로 플레이 타임을 늘린게 아닌가 싶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나온 사일런트 힐 리메이크 2를 플레이 한 후 이 게임을 플레이하니 실망감만 가득하다. 사일런트 힐 2 발매당시 혹평하던 사람들도 이 게임을 하고 사일런트 힐2를 다시 보면 선녀같아 보일 것이다.
이런식으로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수명을 연명할거라면 그냥 고이 무덤으로 보내주는게 어떨까...

스토리

아래 설명된 스토리는 게임의 플레이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매 회차마다 숨겨졌던 내용이 드러나고 스토리가 반전되기 때문에 게임의 흐름을 따라서 스토리를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마을 에비스가오카는 산골 시골 마을로 무속 신앙이 강했다. 
오래전부터 아흔아홉신이라는 고대 신을 봉양하고 섬겨왔으나 그 신을 대표하는 큰 나무가 벼락을 맞아 죽게 되자 사람들은 신이 이곳을 떠났다고 생각하고 여우 신앙으로 갈아타게 된다.
하지만 아흔아홉신은 마을을 떠난것이 아니었고 자신을 더이상 공양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여우신에게 복수할 기회를 벼르고 있었다.

주인공 히나코는 어릴때부터 반사회적 정신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암묵적으로 만들어진 규칙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여자애가 남자들과 어울려 놀면 놀림을 당한다던가 하는 (누구누구는 누구누구랑 사귄대요~ 하고 어릴적 놀리는 그런거 있지 않는가) 그런 사회적 문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라는 남자 아이는 히나코를 놀리지 않고 다정하게 대해 주었고 때문에 둘은 소꿉친구로 지내며 성장한다. 

어느날 히나코는 놀이터에서 여우에게 공격당한 고토유키라는 남자애를 치료해 준다. 단순히 야생 여우가 만만한 아이를 공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막은 복잡하다.
여우신은 히나코가 수십년만에 한번씩 탄생하는 신력이 높은 여자라는 사실을 알아보았고 여우신들의 관습대로 신력 높은 여자를 아내로 맞으려 했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의 형상을 할 필요가 있었기에 히나코 근처에 가장 재력이 풍부하고 외모가 출중했던 고토유키에게 자신을 빙의시켰고 그 모습이 여우가 아이를 공격하는 모습처럼 보였던 것이다.

여우신 : 지금부터 계획을 시작한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히나코는 계속 함께 붙어 있던 슈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지만 여자가 남자를 사귈경우 데이트를 한다던가 더 나아가 결혼을 한다던가 하는 그런 사회적 문화에 대한 반발심이 다시 발동을 하며 그 마음을 억지로 숨긴다. 
슈 역시 자라면서 히나코에게 연심을 품지만 히나코의 반발심에서 나오는 행동 때문에 더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어지지도 못하는 어장관리를 당하게 된다.

히나코의 아버지는 가장은 엄하고 권위의식이 강해야 한다는 스트레오 타입의 옛날 남성이었고 이 때문에 반발심 강한 히나코와 자주 부딪히게 되었다. 이런 가정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아 자주 두통을 호소하는 히나코는 이 사실을 슈에게 털어 놓았고 약사 집안이라 약에 대한 지식이 있었던 슈는 백흑초의 성분이 있는 약을 조제해서 준다. 백흑초는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볼 수 있게 하는 효능이 있었는데 슈는 이 효능이 히나코의 스트레스를 줄여 줄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력이 강한 체질이었던 히나코는 이 약을 먹으면서 부작용이 생겼는데 반발심을 가진 인격과 사회적 협의와 문화에 동조하고 따르려 하는 인격으로 분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여우신에게 복수를 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아흔아홉신은 이때다 싶어 반발심이 많은 인격에 달라붙게 된다. 이 때문에 반발심이 강한 인격이 계속 표출되고 반대되는 인격은 힘을 쓰지 못한채 내면에서 잠자고만 있게 되었다.

여우신은 히나코가 결혼할 나이가 되자 계획을 실행한다. 고토유키의 형을 죽여서 고토유키가 당주의 지위를 차지하게 한 다음 히나코 아버지의 동료를 조종하여 아버지의 전 재산을 훔쳐서 도망치게 만들고 히나코 어머니에겐 큰 병을 내린다.
먹튀를 당해서 전 재산을 잃은데다 아내의 수술비까지 마련해야 하는 히나코의 아버지 앞에 고토유키가 매매혼을 요청한다. 큰 돈을 줄테니 히나코를 달라는것. 
히나코의 아버지는 히나코가 부자에게 시집가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마님 소리를 들으며 살 수 있고, 자신은 그 돈을 받아 아내를 살릴 수 있으니 윈윈이라는 생각에 결혼을 밀어부친다.

여우신은 히나코에게도 여우신과 결혼할 정신과 육체를 만들 수 있도록 손을 뻗는다. 하지만 여우신은 히나코가 두 개의 인격으로 분리된 사실을 몰랐기에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사회 동조적인 인격에만 접촉하게 된다. 고토유키의 모습으로 변하여 내면의 인격에 접촉한 여우신은 히나코가 신계에 발을 들일 수 있을 신체를 만들기 위해서 의식을 행한다. 

고토유키가 아니라 여우신이다.

여우와 비슷한 외모를 만들기 위해서 팔을 자르고 여우의 다리를 붙인다던가 인간의 안면 피부를 뜯어내고 여우 가면을 씌운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점점 모습이 흉칙해져가는 히나코에게 고토유키가 아름답다고 속삭이는 이유도 여우신의 미적 기준이 인간과 다르기 때문이다. 의식의 마지막으로 속세의 인연을 끊어내야 하기에 히나코는 친구들과 부모를 죽이게 된다.

아혼아홉신은 여우신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을수만은 없었고 여우신의 신계에 개입을 하기 시작한다. 

게임 내내 등장하는 인형은 아흔아홉신의 화신이다.

그렇게 내면의 인격에게 계속해서 여우신을 경계하게 하는 말을 전하며 반항적인 인격에 힘을 주고 격려한다.
이 때문에 두 신과 접촉한 각각의 두 인격은 다른쪽을 소멸시키기 위해서 싸우게 된다. (캐삭빵이다)

싸움의 말미에 히나코는 자진을 조종하는 두 신의 존재를 눈치채게 되고 자신을 조종하려 했다는 사실에 빡쳐서 신과의 맞짱을 뜨게 된다.

신과의 전투

히나코의 강렬한 반항과 몸부림에 두 신은 히나코를 놓아주게 되고 덤으로 고토유키도 빙의에서 풀려나게 된다. 
빙의에서 풀린 고토유키는 히나코의 강렬한 반항심을 체험하고는 결혼을 취소하게 되고 
두 개의 인격으로 나늰 히나코는 둘만의 세계에서 살아가게 된다.

끝의 디엔드

사일런트 힐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