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시작하기 전
어쩌다 우연한 계기로 버튼 불량인 마우스를 얻을 기회가 있었다.
자주 더블 클릭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런 마우스 버튼 문제는 벌크 제품과 대기업 제품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편이다.
마우스와 키보드에 사용되는 스위치는 전자적으로 제어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접촉/비접촉이 발생하는 구조다 보니, 부품의 피로도가 쉽게 쌓이고 종국에는 고장을 일으키는데, 대표적인 현상이 이와 같은 더블 클릭이다.
스위치의 사양에는 동작 횟수 1,000만번를 보장한다고 되어 있지만 그건 내구성이 그렇다는거고, 이렇게 작은 스위치를 양산하다보면 신뢰성에 문제가 있기 마련이고 이 신뢰성 때문에 고장난 마우스와 키보드를 쉽게 보게 된다.
다행히 이런 부품들은 스마트폰의 부품마냥 PCB를 통째로 교환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아서 약간의 방법을 거치면 교체가 가능했고, 여기에 흥미가 생겨서 그동안 마우스가 고장나면 (1만원짜리 마우스라도) 스위치를 교체해가며 수리를 해서 썼더랬다.
스위치를 교체할 때 두 번의 난관이 있는데 첫번째가 회로 기판이 드러나도록 하우징을 분해 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납으로 고정되어 있는 스위치 교체하는 작업이다.
이 중에서 스위치 교체를 위해서 납을 제거하는 과정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작업을 위해서 웹을 뒤져보면 애석하게도 초급에서 중급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자료밖에 없고 입문하는 사람을 위한 자료는 거의 없다. 때문에 실습 동영상을 많이 찾아 볼 수록 오히려 납땜 제거(디솔더링)이 별것 아니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래서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으로 납땜을 하려 할 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글을 남긴다.
참고로 스위치 교체할 때 가장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다.
절대로 정리를 완료하기 전까지 자리를 비우면 안된다. 인두기는 매우 위험한 전지기기로, 전원을 끄고 안전하게 될 때까지 절대로 시야 밖에 둬서는 안된다. 인두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위험을 잘 알지만 주위 사람은 전혀 위험성을 인지 못하기 때문에 사고가 쉽게 날 수 있다.
1. 준비물
검색 사이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두기나 납땜으로 검색을 하면 의외로 쉽게 인두기 세트가 검색된다.
하지만 절대로 세트로 파는 납땜 공구는 사면 안된다.

온라인 쇼핑몰에 보면 이처럼 까만 가방 안에 세트로 파는 것들이 있는데 물품 하나하나가 전부 제품의 질이 좋지 못하다.
니퍼는 스위치 교체에선 전혀 필요가 없고
납 흡입기는 흡입력이 생각보다 낮아 기판 구멍에 있는 납을 흡입하는데 애로사항이 많다.
특히 인두 받침대는 절대 쓰면 안된다. 너무 작고 가벼워 안정적으로 인두기를 거치하기 힘들다. 실수로 살짝만 쳐도 인두기가 땅바닥을 뒹군다. (바닥만 태우면 다행이다. 사람 몸에 닿았다간...)
특히 인두기가 가장 문제인데, 동봉된 인두기는 (알리에서 파는것과 같은 모델일 것이다) 30W 저출력으로 납땜 정도에나 사용할 수 있지 납땜 제거는 매우 힘들다고 보면 된다. 납땜 제거는 납땜에 비해 난이도가 10배쯤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위치 교체를 위해선 납땜보다 납땜 제거를 먼저 배워야 한다.
다른 키보드 마우스 게시판등을 검색하다 보면 스위치 교체는 30W 인두기로도 가능하다는 글이 보이는데, 그런 글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절대 안된다.
비유를 들자면 이연복 중식 쉐프가 중국식 볶음밥 요리를 위해서 집에서 쓰는 후라이팬 하나면 충분하다고 하는 말을 그대로 믿는 것과 같다.
이연복 쉐프 정도 짬이 되니까 후라이팬 하나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이고, 처음으로 입문한 사람이 따라 하면 제대로 요리가 되지 않는데다가 요리 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의 말미에 다이소 인두기로 납땜 제거 하는 방법을 기술은 하겠지만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자가 생각하는 장비는 다음과 같다.
1. 인두기
알리나 테무에서 T12 인두기라고 검색하면 꽤 많은 인두기가 검색된다. 이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Quicko사의 인두기이다. 하코사의 인두기를 베껴만든 짭 인두기인데, 가장 먼저 알려져서인지 가장 인지도가 있다. 그리고 이 Quicko사를 베껴서 만든 기타 등등의 인두기도 많이 보인다.
당연히 가격은
하코 >>>>>>>>>> Quicko > Quicko 짭
정도 된다.
물론 하코사의 정품 인두기를 사는것이 가장 좋겠으나, 취미 생활로 1년에 두 세번 스위치 교체하는데 하코사 인두기는 너무 비싸다. 수리를 전업으로 선택하지 않는 이상 매우 비효율적이다.
인두기는 Quicko사의 제품을 골라도 되고 짭을 골라도 상관없다. 돈이 많다면 하코사의 인두기를 사도 되고...
오디오 전문 유튜브등에서 Quicko 및 Quicko 짭들의 접지 문제를 언급하긴 하는데, 필자가 보기엔 스테이션으로 축구를 할것이 아니라면 크게 걱정할 건 없어 보였다. 인두기를 받아서 분해 해 봤을 때, 정상적으로 사용한다면 전류가 누설될 구조는 아니었다. 그러니 인두기 보관할 때 던지거나 충격을 주거나 하지만 않으면 될 것이다.
구매할 때 두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 대부분 파워케이블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파워 케이블의 단자는 컴퓨터 파워와 호환된다. 컴퓨터의 파워를 교체한 적이 있다면 집에 남는 케이블이 있을 것이다. 없어서 파워 케이블을 사야 한다면 알리 말고 한국 쇼핑몰에서 사는것이 좋다. 알리에서 파는 파워 케이블의 코드는 EU타입을 따르는데, 한국의 콘센트에 미묘하게 맞지 않아서 스파크가 튈 확률이 높다.
- 제공되는 번들팁이 잘 팔리지 않는 I팁일 확률이 높다. 초보자에게는 전혀 쓸모 없는 팁이므로 B팁이나 D팁, K팁을 번들로 제공하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
2. 페이스트
대부분 원형 플라스틱통에 들어 있는 크림같은 물건이다. 이것도 알리에서 사면 된다.
서양쪽 유튜브를 보면 투명한 액체같은걸 주로 쓰는데 이건 좀 비싸다. (양키들은 취미 생활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부럽다.)
우리는 그냥 싼거 고르면 된다. 네모난거는 순수 송진이므로 고르지 않는것이 좋다. (샀다면 원목 코팅하는데 쓸 수 있다고 한다)
3. 인두 스탠드
매우 중요하다. 인두기를 손에 쥐는 시간은 얼마 안되고 대부분 거치하게 되는데 안정된 거치대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고가 정말 쉽게 벌어진다. 상기했던 인두기의 접지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사항이다.
실수로 손으로 툭 치더라도 인두기가 제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매우 중요하다. 기판 분해에 열중하다보면 의외로 옆에 있는 물건을 손으로 치게 된다.)

위의 사진처럼 크기가 크고 잘 넘어지지 않을 것 처럼 보이는걸 사야한다.

위의 제품이 알리에서 많이 보이는데 받침대가 너무 좁아서 인두기의 무게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한다. 쓰려거든 테이프같은걸로 인두기를 바닥에 고정한 다음에 사용해야 한다.
4. 납 흡입기 혹은 솔더윅
납 흡입기는 강한 음압을 주어 납을 빨아들이는 기구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위 사진과 같은 은색과 파란색 몸통의 흡입기가 주로 보이는데 이것을 기준으로 삼아 이 흡입기보다 비싼 제품을 고르는면 된다.
잘 알려진 팁이 있는데, 납 흡입기로 납을 빨아들일 때 최대한 밀봉을 하기 위해서 입구 부분을 칼로 깎는 방법이 있다.

위 그림처럼 입구를 칼로 깎아(빨간 부분) 작은 홈을 만들고 납흡입할 때 저 홈에 인두 팁을 넣은 상태로 작동시키면 밀봉 상태가 좋아 납을 잘 흡입할 수 있게 된다. 저 플라스틱 부분은 내열성이 강해서 열에 쉽게 손상되지 않지만 칼에는 쉽게 깎여 나가므로 홈을 만드는게 어렵지 않다.

스위치 납 제거의 가장 난관은 위의 그림에 보이는 기판의 홀 안에 있는 납 제거이다. 납을 다 제거해도 스위치 탈거가 안되는 이유는 홀 안에 스위치의 발이 남아 있는 납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허들을 낮추기 위해서 납 흡입기와 인두기의 품질이 중요하다.
솔더윅을 추천하는 사람도 있다. 솔더윅은 납이 구리에 잘 붙는다는 성질을 이용해서 만든 구리 섬유다.
티슈가 물을 흡수하는것과 비슷하게 동작한다.

납 위에 솔더윅을 얹고 솔더윅 위로 인두팁을 대어서 가열하면 된다.
필자도 사용해 봤는데 초보자가 사용 할만한 물건은 아니다. 전문 블로그등에선 유지비 문제만 언급이 되는데, 유지비 문제는 사소한 문제이고 다른 큰 문제들이 있다.
먼저 솔더윅 자체가 인두기의 열을 뺏어가기 때문에 출력이 낮은 다이소 인두기와는 궁합이 매우 나쁘다. 사용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사진에는 크게 보이지만 저 너비가 3mm도 안될 정도로 매우 좁다. 저 흐느적거리는 섬유를 정확하게 납 위에 올리려면 꽤 숙련이 필요하다.
"손으로 짧게 잡고 갖다 대는게 어렵나?"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위에 언급했듯이 구리로 된 섬유라 인두기의 열을 매우 잘 뺏어간다. 다시 말해 인두기를 대면 저 섬유가 금방 뜨거워진다. 손으로 잡으면 화상 입는다. 때문에 원통 케이스만 잡고 위치를 조절해야 한다. 게다가 기판 구멍속까지 밀어 넣기 힘들어 구멍 속에 있는 납을 흡입하기는 매우 불편하다.
솔더윅의 주된 용도는 기판 구멍이 아닌 기판 표면에 장착하는 IC칩 같은걸 떼는 용도다.
5. 기판 고정대
마우스같이 작은 기판은 바닥에 놓고 작업하기가 매우 힘들다. 기판에 여러가지 장치들이 붙어 있어 인두기를 접촉할 때 마다 흔들흔들한다.

보통은 위와 같은 제품을 쓰지만 안정감 있게 기판을 잡아 줄 정도로 크고 무거운건 값이 꽤 나간다.
그래서 필자는 고무 찰흙을 애용한다.

이런 고무찰흙을 책상에 놓고 기판을 꽂으면 꽤 안정감 있다.
6. 납
무조건 국산 유연납을 사야한다.
알리나 다이소에서 파는 납은 무연납일 가능성이 높다. 납의 질이 좋지 않다는 평이 많은데, 그냥 이 납들이 무연납이라서 그런듯 하다. 무연납은 다루기가 매우 어렵다.
희성소재의 납이 가장 품질이 좋다고 하는데, 이 납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대량으로밖에 안 판다.
희성소재를 고집할 필요 없이 국산 납이면 된다. 국산 제품은 모두 성분 표기가 되어 있어 정확하게 유연납을 고를 수 있다.
7. 기타 등등
지금까지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장비들이고 이 외 있으면 좋은 장비들이 있다.
- 팁 클리너 : 비교적 좋은(??) 인두기를 골랐으니 관리를 해야 한다. 인두 팁은 고열이기 때문에 산화반응이 급격하게 일어난다 (녹슨다는 뜻이다) 산화된 인두팁은 납이 잘 묻지 않으니 작업 다 하고 온도가 떨어지기 전에 클리너로 슥삭스삭 하고 나서 납을 약간 묻혀두면 산화를 많이 지연시킬 수 있다. 구리로 만든 수세미같은것도 있고 노란 스펀지도 있다. 노란 스펀지가 압도적으로 싸긴 한데, 배송비를 고려하면 비슷비슷해지기 때문에 구리를 고르는게 나을 수도 있다.
T12 팁이 비싼게 아니니, 클리너 없이 쓰다가 자주자주 바꾸는 방법도 있다. - 이소프로필알콜 : 페이스트는 상당히 끈적이는 물질이다. 작업하고 기판에 남아 있는 페이스트는 그 끈적임 때문에 먼지를 묻히기 쉽다. 먼지가 묻는다고 고장나지는 않지만 금방 지저분해지는건 사실이기 때문에 이소프로필 알콜로 닦아내면 된다.
이소프로필 알콜인 이유는 약국에서 파는 소독용 알콜은 물30알콜70 비율이라 기판에 물이 닿기 때문이다. 이소프로필은 물1알콜99 비율이다.
2. 작업 시작
대부분의 해외 수출 제품은 유럽 규제를 만족하기 위해서 무연납으로 납땜되어 있어 무연납 제거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1. 페이스트
먼저 납을 제거할 부위에 페이스트를 바른다. 화학제품이므로 손으로 찍어바르지는 말고, 안 쓰는 귀이개나 붓을 사용하면 된다.
귀이개로 덜지 못할 정도로 딱딱한 페이스트가 있을 수 있는데 앞서 말한 송진이다. 이런 페이스트는 납제거에 적합하지 않다.
2. 유연납 덧씌우기
필자가 처음에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다른 블로그를 찾아보니 유연납의 납이 섞이면서 녹는점을 낮추어 준다고 되어 있는데, 언뜻 생각해도 말이 안된다. 납이 섞이려면 무연납이 녹아야 할텐데, 무연납이 녹을 정도라면 굳이 유연납을 덧씌울 필요가 없지 않은가.
나중에 알게 된 정보에 의하면 유연납이 페이스트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납은 열 전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인두팁으로 납을 가열하더라도 대부분의 열이 인두를 대지 않은쪽으로 빠져나가버린다.
하지만 페이스트를 미리 발라 둔다면 페이스트가 녹으면서 납을 코팅하게 되고 이 코팅된 페이스트가 열의 방출을 억제하면서 인두기의 열을 잘 전도시켜 납을 골고루 가열하게 된다.

이 때문에 납은 더 쉽게 달궈지고 쉽게 녹아 납 제거가 쉬워진다.
하지만 무연납은 녹는점이 높아서 페이스트 코팅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증발해 버린다.
하지만 유연납을 덧씌우게 되면 페이스트가 증발해 날아가더라도 유연납이 액체상태로 남아 무연납을 코팅하게 되어 열 방출이 줄어들고 열 전도율을 높여 무연납을 쉽게 녹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기판의 납땜을 봤는데 납땜에 광택이 돈다면 유연납으로 납땜된 것이니 굳이 유연납 덧씌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벌크 제품들은 유연납으로 작업 된 것들이 종종 보인다.
3. 납 제거
이제 무연납을 제거할 차례이다.
인두를 가져다 대고 납이 녹아서 찰랑일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녹은 것 처럼 보여도 덧 씌운 유연납만 녹은것일 수 있으니 인두로 기판을 비벼서 무연납까지 녹은것을 확인해야 한다.
마우스나 키보드같이 스위치가 기판의 홀을 통과한 경우라면 홀 속의 납까지 제거를 해야 해서 2번과 3번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
1-> 2 -> 3 -> 3 -> 3 순서가 아니라 1-> 2 -> 3 -> 1 -> 2 -> 3 순서로 해야 한다.
홀 속에 남아 있는 납은 인두로 열 전달이 어려울 뿐더러 납 흡입기의 힘이 제대로 닿지 않기 때문이다.
4. 스위치 교체 후 납땜
고난한 납 제거에 성공했다면 이건 껌이다.
※ 다이소 인두기를 가지고 있다면
솔더윅은 포기하자. 다이소 인두기는 솔더윅과 납을 동시에 가열할 만큼의 열량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
10분 정도의 예열 시간을 가지자. 기판에 인두기를 가져다대면 그 즉시 열을 잃고 다시 복구(온도 보전이라고 한다)하는데 한참 걸리기 때문에 납땜 전 필요 이상으로 가열해 놓을 필요가 있다.
3번 작업이 끝날 때 마다 다시 2~3분 예열 시간을 둬야 한다.
4번 과정을 할 때는 굳이 길게 예열할 필요는 없다.
마치며
인두질(?)은 하는 만큼 는다. 경험을 계속 쌓아 나가다보면 초급을 탈출하면서 입문자들에게 "다이소 인두기로도 잘 돼"라고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입문할 때는 제대로 준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자리를 정리할 때 까지 자리를 비우지 않도록 명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