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시티 2000 (1993)

내가 성인용으로 분류 한 게임 중에는 심시티와 파워돌이 포함되어 있다.

예쁘장한 여자애들이 나오는 파워돌이란 게임에선 캐릭터가 옷을 벗는것도 아니고 남여간에 연애지사를 하는것도 아닌데 성인 게임으로 분류 한 까닭은 파워돌이란 게임을 진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전투기의 제공권, 자주포의 포방열, 회피기동, 색적, 제파전술, 기만전술, 게릴라, 엄폐/은폐, 수색조, 척후조, 공병' 등등 군사적인 개념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식이나 개념없이 플레이할 경우 적들의 공격에 대응하지 못해서 살인적인 난이도를 체험하게 된다. 실제로 고등학교시절 파워돌 1, 2를 접해 본 본인과 친구들은 입을 모아서 엄청난 난이도의 게임이라고 의견 일치를 보았으나, 성인이 된 지금 플레이하면 그렇게 난이도가 높게 느껴지지 않는다.

파워돌 : 그냥 이쁜 여자들이 나오는 전략게임인 줄 알고 접근 한 사람도 많다

이 심시티 시리즈 또한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때 플레이 했을 때는 항상 적자를 견디다 못해 파산하기 일쑤였지만 지금 플레이 해 보면 상당히 많은 고려사항이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직장과 주거지 사이의 거리 (직주근접), 상업지를 끼고 있는지 (중심가 및 인프라), 근처에 공원이 있는지 (위락 시설)등등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실제 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서 아파트를 찾아 다닐 때 참고하고 고려했던 대부분의 사항이 이 게임에 녹아 있는 것이다.

물론 1993년에 나온 게임이라 당시 하드웨어를 고려하면 초품아, 상업 인프라등이 세밀하게 반영 되어 있는건 아니지만, 공해를 고려해서 공업 지역과 주거지역의 거리를 좀 멀리 설정해버리면 회사가 멀다고 주거지가 들어서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회사로 출퇴근하기 위해서 고속도로에 차가 밀리는거 보소

지금 플레이 하기에는 인터페이스가 많이 불친절하기 때문에 지금 그렇게 권하는 게임은 아니다. 마우스 휠이 없던 시대의 게임이라 마우스 휠을 이용한 확대 축소가 불가능하며, 건물이 들어서지 않고 폐건물이 되기 시작할 때 어떤점이 부족해서 그렇게 되는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지 않는다.
그래도 학생시절 이 게임을 해 본 아재들이 지금 다시 플레이 해 보면 세월을 통해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난 이 심시티를 게임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내 기준에 있어서 게임은, 게이머에게 적절한 양의 스트레스를 제공해야 하고, 그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 또한 제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그런 고양감을 제공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슈퍼마리오 같은 게임은 바닥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점프를 하며 적들에게 닿지 않도록 캐릭터를 잘 조절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고, 최종 목적지인 성으로 들어갈 때 스트레스가 해소되며 고양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 이 심시티는 (심즈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매커니즘이 없어서 게임이라고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비슷한 장르지만 시저3 이라는 게임이 있는데, 이 게임은 먼저 문화도라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각종 재난과 침입자, 재정의 압박을 강하게 가하여 스트레스를 주지만 결국 문화도를 달성하면 스테이지를 완료하여 다음으로 진행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시저 3: 도시건설 게임이지만 주어진 목표 달성이 필요하다

이런걸 게임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게임 팁

1. 대부분의 공략에서 수력 발전소가 좋으니 경사로를 만들어서 물을 넣고 수력 발전소를 지으라 하는데 왠만큼 지형을 잘 편집하지 않고서는 굉장히 이질적인 지형이 나온다. 수력 발전소를 돌릴만한 양의 어마어마한 용천수가 산에서 솟아나와 비탈을 흐른 다음 평지에서 바로 지하로 흡수되는 말이 괴이한 지형이 된다. (그런 지형을 편집하기 위해서 시간을 쏟는것도 덤이다)
성능 좋은 석탄 발전소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으니 수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외계인이 왔다갔나?

2. 격자형 도로를 깔기 쉬워서 완전 평지에서 게임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땅이 많이 넓어져서 도시가 이쁘게 나오지 않는다. 적당한 언덕을 둘러 싼 마을이 보기가 좋다.

3. 지도를 양분하여 한 곳에 공업 지역을 나머지는 주거 지역을 만드는 등의 메가 공업지역, 메가 주거지역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 공업지역과 주거지역 사이의 출퇴근 교통 트래픽 때문에 도시 발전이 느리다.

4. 시민이 요구하는 모든 시설을 제깍제깍 지어주면 파산한다(!). 나중에 부촌을 만들고자 하는 땅에 집중적으로 지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