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설 : 섬의 궤적 (2013)

하늘의 궤적이 리벨 왕국을, 벽의 궤적이 크로스벨 자치주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섬의 궤적은 에레보니아 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관학교 재학중인 학도생들 9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으며, 쿼츠를 이용한 도력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짧은 스커트의 교복이 매우 맘에 든다

대다수의 게임은 플레이 자체의 즐거움, 혹은 이끌어가는 스토리의 몰입감, 둘 중의 하나에 집중하여 게임을 제작한다. (물론 드물게 둘 다 매우 잘 만든 명작들도 있다)
예를 들자면 전투에 목숨 건 다크소울 시리즈, 길찾기의 한계를 느끼는 툼레이더 시리즈, 찢고 죽이는 둠 시리즈 등 플레이 자체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투 더 문, 파이널 판타지 X, (추억보정에 모든걸 건)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폴아웃 3 등이 게임 플레이보다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집중하는 게임 되겠다.

영웅전설 섬의 궤적 (제로, 벽의 궤적 포함해서)은 애석하게도 이 둘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스토리도 별로고 게임의 플레이도 게이머를 끌어당기지 못하고 있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들을 표현하려 했는데, 거대한 사건은 초반에는 좀처럼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다가 종장에서야 사건이 진상을 드러내며 급류처럼 진행되기 시작하는데 이 때문에 사건으로부터 얻는 재미는 종장부터 시작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종장까지 가기 전에 많이들 게임을 접었을 듯 싶다.

인물의 서사적인 측면을 보자면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이 너무 단순해서 도덕 교과서마냥 너무 뻔하고 쉽게 예측이 되며, 이 때문에 도저히 이해와 몰입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게임 내 인물 중 평민파 '마키아스'와 귀족파 '유시스'는 게임 내에서 강하게 대립을 하는데, 그 둘의 싸움이 놀이터 어린애들이 싸우는 것 마냥 너무 직설적이고 유치하다. 

마키아스 : 귀족따위 재수없어, 싸우자
유시스 : 천박한 평민이 기어오르다니, 싸우자
린(주인공) : 얘들아 싸우지 마
마키아스, 유시스 : 미안했다 내가 나빴다

게임 플레이는 시내나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인물을 만나 대화하는 반복의 연속이며, 전투는 쿼츠와 도력을 이용해서 턴을 잡아가는 어느정도 단순함에서 벗어난 식이 있지만, 이 전투란걸 너무나도 많이 반복하니 처음의 호기심과 기대감은 저 멀리 날아가고 전투를 피하고 싶은 생각만 가득하다. 하지만 전투를 계속 피하면 인물들의 레벨이 충분치 못해 필수 전투를 진행할 수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만나서 대화하고 만나서 대화하고

이전의 시리즈였던 영웅전설 3: 하연마녀를 돌아보자. 
쥬리오와 크리스의 서사적인 부분은 순례를 하는 어린 아이정도로만 표현되어 있는 반면 주위에서는 극적인 사건들이 계속해서 터지면서 게임 내내 몰입감을 제공한다. 세계관의 설정은 왕국이 군비를 증강하는데 세계엔 마물이 나타나고 현재의 국왕에 적대한 는 세력이 있다 정도로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사건들이 게임 내내 벌어지면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고 마지막 반전에 하얀 마녀가 등장한다.

반면 섬의 궤적은 세계관을 매우 복잡하게 설정해 놨다. 결사가 있고, 제국과 전쟁하는 왕국들, 완충지인 크로스벨 
왕국은 왕국대로 내란과 결사때문에 정세가 좋지 않고 제국은 제국대로 두 세력이 권력을 잡기 위해서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 유격사는 결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고...
이런 설정이 한늘의 궤적부터 섬의 궤적까지 뭐 하나 결론 난 것 없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으니 스토리의 진행이 안되고 있다. 
각 시리즈에서는 이런 설정속에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을 두고 펼쳐지는 인물들의 서사를 다루고 있으나 각 인물들의 성격이 입체감 없고 너무나 단순하여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영희와 철수처럼) 각 인물들에 대한 감정 이입도 전혀 되지 않으니 스토리 자체가 재미가 없다.

뭐하나 주목할 만한게 없는 재미 없는 게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