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설 - 벽의 궤적

영웅전설 1, 2 에 이어 영웅전설 3가 나왔을 때 많은 발전이 있었다.

그래픽의 발전도 발전이지만, 스토리 전개도 크게 발전했다.

 

왕자가 용사가 되어서 마왕을 무찌르는, 어찌보면 참으로 유치했던 스토리의 1,2 편에 이어, 하나의 전설을 되짚어가는 3편은 정말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리고 궤적 시리즈가 시작되었을 때, 스토리의 스케일을 줄이고 (이제 세계가 멸망하지는 않지 않은가!) 좀더 현실성에 가까운 국가들의 암투와 비밀 조직의 은밀한 목적등을 소재로 한 플롯을 채택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세계관은 그럭저럭 잘 짜여져 있으나 캐릭터들이 살아 있지 못하다.

각 캐릭터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그 개성대로 사고하며 행동하여 스토리를 이끌어나가고 있지 못하다.
각각 캐릭터들의 행동이 모이고 모여서 스토리를 이루는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스토리에 맞게 캐릭터들이 움직여 주는 느낌이 강하다. 

예를 들어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배진수 작가의 퍼니게임과 은작 자가의 룸9을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둘다 폐쇄된 공간에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비슷한 소재를 채용하고 있지만, 퍼니 게임의 등장 인물은 각 인물들의 행동과 그 결과가 인물의 개성과 잘 어울리며 이들의 행동들이 스토리를 이끌어냄이 잘 느껴지지만 룸9의 인물들은 각 인물의 성격과 행동이 독자에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웹툰의 스토리가 인물들의 행동과 사고를 강제로 주입시켜 끌고가는 것이 느껴진다.

벽의 궤적도 마찬가진데, 치안 기관인 경찰에서 각 인물들이 제식 복장과 제식 무기를 쓰지 않고 특이한 무기를 쓰는점 정도는 눈감고 넘어간다고 해도, 
엽병단에서 구르면서 수십은 죽여봤을 터인 랜디가 죽은 시체들을 보고 경악한다던가, 혼자서 히히호호 웃어대면서 무쌍을 찍으며 경비대를 학살하는 셜리때문에 존재할 필요성이 사라진 엽병단들... (혼자서 경비대를 다 쓸어버릴 수 있다면 엽병단은 필요가 없지 않은가...)을 보면 이들이 등장인물이라기보다는 연극에 등장하는 소품처럼 느껴진다.

 

팔콤은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다. 스토리만 어떻게 양판소설에서 탈피하면 정말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대화의 톤은 번역이 깔끔한데 이상하게 번역된 단어들이 눈에 띈다

  • 쿼츠 증 하나인 '응목'. 鷹目 을 그대로 읽은 듯 한데 매의 눈이란 뜻이다. 그냥 쿼츠의 이름도 매의 눈 이라고 하는편이 나았다.
  • 경찰견 차이트의 이명인 '신랑'. 신랑-신부 의 그 신랑이 절대 아니다. 神狼 신의 늑대란 뜻이다. 랑이란 단어는 한국에서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명 역시 신의 늑대라고 하는편이 나았다.
  • 헤이위에. 黑月을 중국식으로 발음하면 헤이黑 위에月가 된다. 뜻대로 검은 달 이라고 번역했어도 무방했다.
  • 수비의무. 붉은 성좌의 수장과의 대화중에 나온다. 공격-수비 의 수비가 아니고 守秘 비밀을 지킨다라는 의미다. 의뢰자와의 비밀을 지킬 의무란 뜻. 비밀유지의 의무라고 번역했어야 했다.
  • 수사 1'과'. 숫자 + 과는 일본에서 사용되는 조직단위로, 한국에서는 숫자 + 과를 사용하지 않는다. 1팀 이라고 번역하는게 자연스럽다.
  • 그 외에도 탈토 -> 이탈 등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