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 헤드셋 (for PC. feat Game)

컴퓨터를 사면서, 혹은 조립하면서 스피커에 돈을 얼마나 투자할지 난감한 이들을 위해서 후기를 남긴다.

20여년 내 컴퓨터에 달려 있던 스피커는 압도적인 가격 (낮은 쪽으로...) 으로 엄청나게 널리 퍼졌던  MS-1050이었을 것이다.

486 컴퓨터를 만졌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이런 스피커로 게임을 즐겼고, 세상 모든 게임의 사운드는 다 똑같은 줄 알았다.

어느날 꽤나 고급 스피커를 가지고 있는 아는 형네 집에 갈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스타크래프트 하는걸 보고 뒤집어 질 뻔 했다.  탱크가 굴러갈 때 나는 소리가 있다는걸 그 때 알았고, 시즈모드 대포 소리가 팡-팡- 이 아니라 쿠와앙- 쿠와앙 인걸 그 때 느겼다. 하여간 스피커의 차이는 정말 신세계를 맛보게 했던 기억이 있다.

1년 정도 써 왔던 헤드셋의 머리 밴드 부분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기능상의 문제는 없었으나, 헤어 벤드의 벗겨진 조각들 때문에 방이 자꾸 지저분해지는게 문제다. 앱코의 Hacker BR01S 모델인데, 7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저가는 아닌 것 같지만, 이놈의 옵션을 고려하면 저가가 맞다.  리얼 7.1 채널 헤드셋이기 때문이다. 2채널 헤드셋을 음장 분리하여 가상 7.1채널로 만들어 주는 그런게 아닌 정말 7개의 자석 울림판(유닛라고 부른다)이 들어간 제품이다.
상당히 사치스런 옵션인데 저 가격이다보니 재질이 별로 좋지 못했었나보다.

헤드셋을 바꾸는김에, 20여년 전 아는 형네 집에서 느꼈던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추천 헤드셋과 스피커를 사기로 마음 먹고 인터넷에서 추천한다는 제품을 주문했다.

헤드셋은 Hacker BR01S 에서 로지텍 G334로 바뀌었고 (8만원 짜리에서 8만원 짜리로 변경이긴 한데, 리얼 7.1 채널에서 2채널로 옵션은 많이 다운되었다.)

스피커는 블릿츠 UMK120 에서 BR1600 으로 (2만원 -> 14만원) 대폭 업그레이드를 했다.

그래서 어땠냐고?

솔직히 말하면 실망이고 아깝다.

내가 살고 있는곳은 아파트이고, 아파트 살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방에 방음 장치라도 달지 않는 한 스피커의 볼륨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스피커의 음량을 조금 크게 해서 게임을 했다간 관리실에서 전화가 득달같이 올테니... 

스피커가 충분한 파워를 내지 못하는 한, 2만원대의 사운드바나, 10만원이 넘는 북쉘프나 큰 차이가 없다. 때문에 아파트에선 헤드셋이 압도적인 잇점을 가진다. 

게임 외에도 귀를 열어 놔야 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헤드셋을 사용하는게 압도적인 감동을 준다.

그럼 비싼 헤드셋이 저렴한 헤드셋에 비해 엄청난 강점을 가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음악이란 장르에선 헤드셋의 사소한 차이가 큰 감동의 차이를 낳을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50만원이 넘는 헤드셋을 구매하는거겠지...), 게임은 음악/효과음이 차지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유는 간단한데, 음악을 감상할 때는 집중력의 80% 이상을 듣는데 활용하고 20% 미만을 퍼포먼스를 보는데 사용한다.
반면 게임할 때는 게임 진행에 60% 이상의 집중력을, 화면 주시에 30% 이상의 집중력을, 나머지 10% 정도를 듣는데 활용한다. 그러니 비싼 기기와 저렴한 기기의 차이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그것 말고도, 게임 제작사는 필요 이상으로 음악에 돈을 투자 하지 않는다. 음악이 너무너무너무 좋다고 게임 판매량이 드라마틱하게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게임이 팔릴 정도로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조금 더 돈을 투자해서 명예의 전당에 등록되는걸 목표로 할 수 있겠지만, 콘서트나 음악회에 비한다면야... 비교를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헤드셋과 스피커에 돈을 그리 크게 투자 할 필요가 없다.
스피커보단 헤드셋을 사는게 좋고, 너무 비싼것을 고를 필요도 없다.
다나와 순위 30위까지 펼쳐 놓고 리뷰 읽어보고 욕 없는 가장 싼거 사는게 잘 산 거라고 할 수 있다.

헤드셋을 고를 때는 가능한 USB가 아닌 Input type이 3.5mm 를 고르는게 낫다.
사운드카드란 디지털 음향을 아날로그로 변환하여 자석판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 물건인데, USB는 디지털 신호이기 때문에 사운드카드가 헤드셋 안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니까 컴퓨터에 달린 (대부분은 메인보드 칩셋을 쓰겠지만) 사운드 카드는 무시한 체 헤드셋에 있는 사운드 카드를 쓰는 셈이다.  (컴퓨터 사운드 설정에 들어가면 USB 사운드 장치가 따로 보일 것이다.)

헤드셋의 크기를 고려할 때 유닛이 들어가고 남은 자리에 칩셋을 우겨 넣어야 하는데 넓직한 메인보드에 들어간 칩셋과 헤드셋에 들어간 이름 모를 칩셋의 성능 차이를 생각하면, 3.5mm으로 아날로그 신호를 바로 받는게 낫다.

(물론 음향 관계자는 3.5mm 을 사용할 때 생기는 노이즈를 막기 위해서 USB 헤드셋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용도의 헤드셋은 크기도 좀 큰데다 사운드 칩도 매우 좋은게 들어가서 드-럽게 비싸다)

USB 헤드셋이 많은 이유는 헤드셋 안에 들어간 사운드카드가 가상으로 7.1채널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상 7.1채널이 실제 7.1채널 '스피커'에 비하면 (아니 비교도 할 수 없지만) 애들 장난 수준이라 그닥 썩 좋은 기능은 아니다.
게임에서 2채널로 내는 소리를 헤드셋이 무슨 수로 7.1채널로 분리를 하겠는가. 7.1 채널이 되려면 이미 게임이 그에 맞는 소리를 출력 해 줘야 하는것을...

가상 7.1채널의 역활은 헤드셋 울림판과 귀 사이의 그 좁은 공간을 극복하기 위해서 소리가 좀 더 멀리서 들리는 듯하게 효과를 주는 기능일 뿐이다.

이전에 쓰던 Hacker BR01S 는 리얼 7.1채널임에도 그렇게 공간감이 나오지 않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울림판들이 그렇게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글이 길어져서 요약을 하자면, 

아파트에 산다면  게임용 PC 스피커는 거기서 거기다. 공간 활용을 위해 (전선을 하나라도 더 줄이기 위해서) 바 타입의 스피커를 선택하는것도 나쁘지 않다. 그 보다는 헤드셋을 구매하는게 낫다. 저렴하게 2채널 3.5mm 타입으로 구매하면 된다.

아파트가 아니거나 방음이 비교적 잘 되는곳이라면 헤드셋 보다는 7.1채널 스피커를 노리는것도 괜찮다. 이 정도 되면 매니아의 영역이니 내 경험 따위는 아무 도움이 안되니 인터넷이나 동호화를 찾아 정보를 모으는게 좋다.

음악 감상용으로 산다면 적극 동호회를 참고하는게 좋다. 전문 기기를 써서 각종 음역대를 테스트하고 결과를 공유한 곳들이 있으니 그걸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