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수술 후기 - 6.9

확실히 치질 수술 자체는 아프지 않다.
20년 전에는 마취를 하지 않고서도 했다고는 하는데,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10년전까지만 해도 주사 마취를 하는데, 마취주사치고 안 아픈게 없다. 그 아픈 주사를 아픈 치질에 주사하면 죽음... 척추 마취와 미추 마취가 나온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물론 미추 마취도 고통스럽긴 하나 주사 마취에 비하면야...

진통 기술도 발전하여 CPA, 흔히들 말하는 무통주사 덕분에 진통제를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는 한다. 정작 본인은 위장 트러블로 무통주사위 혜택을 전~혀 보지 못했다.
 
수술 후 고통은 얼마나 절개를 했느냐에 따른다고 한다. 치질이 엄청 크다고 해도 절개 하는 부위가 적다면 '치질 수술 그까이꺼' 할 수 있겠지만, 나 처럼 치질이 국화빵처럼 항문 주위로 다 나 버린다면 치질이 크건 작건 그건 문제가 아니다.
아주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12시쯤 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왔다.
어제까지는 변을 볼 때 관장을 하였으나, 고무 호스를 항문에 집어 넣는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간호사는 안 아프게 잘만 넣던데- 그냥 보기로 했다.
아침에 미열이 있어서 타이레놀을 먹은게 있기 때문에 그 약빨 믿고 그냥 싸기로 했는데, 변이 항문을 통과하자마자 이 어리석은 선택에 대한 댓가를 단단히 치뤘다.

정말 아파서 펄쩍펄쩍 뛰다가 병원에서 준 좀 강한 진통제를 먹었지만, 소용도 없다. 약효가 들려면 적어도 30분은 걸리는데... 온 몸에 땀을 뻘뻘흘리며 사투를 겨우 끝냈다.

다른 사람들은 퇴원할 때 진통제를 잔뜩 받아 온다고들 하는데, 내가 받은 진통제는 고작 6알, 하루 최대 4알을 먹을 수 있으니, 이틀치도 안되는 양이다. 그래서 약을 더 타러 다시 병원에 갔다.
갔더니 병원에 온 김에 치료까지 하고 가란다.

날 담당한 의사는 오늘 의료가 없는 날이라서 다른 의사가 치료를 해 줬다. 치료래봐야 소독솜으로 드래싱하는게 전부지만...
이미 변 보는걸로 개고생을 해서 그런지 드래싱은 오히려 시원하기만 했다.
수술 자국을 보더니 그 의사 曰 '아유~ 많이 아팠겠어요'.....
심하게 쨌긴 쨌나보다. 어쨌건 그렇게 해서 진통제를 무려 20알이나 얻어왔다.

속에 가스가 차는게 점점 심해진다. 아직 감각이 덜 돌아와선지 방귀를 참기가 너무 힘들어 걷다가 계속 뿡뿡 한다. 저녁에 속이 안 좋아 산보를 30분 했더니 훨씬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