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3, 4 (NDS)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 어드밴스

한창 슈퍼패미콤의 에뮬레이터가 인기를 끌고, 롬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해서 데이터를 조절해 한글을 출력하는 프로젝트가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에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ZSNES라는 슈퍼패미콤 에뮬로 즐긴 기억이 있다.

슈퍼패미콤이 크리스마스 선물의 순위에 들어 있던 그 시절 난 슈퍼패미콤이라는 게임기가 없었기에 2000년 초반에 에뮬로 입문한 늦깍이였다.

원본 게임이 1990년대 초반에 나왔었기 때문에 10년이 넘어가는 올드게임이었지만 PC게임과는 또다른 맛이 있었다. 
재미라기보다는 10여년 전에 나왔던 (그러니까 내가 돈이 없어서 게임이란걸 구경도 못했던 시절의) 게임의 경험에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다.

드래곤 퀘스트 원탑이던 JRPG 세계에 슈퍼루키로 등장하여 라이벌의 자리를 꿰찬, 그리고 큰 인기를 끈 게임이라 훗날 여러가지 기기로 이식작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특이한 이식이 이 NDS 판이다.

다른 기기들은 기존 게임의 UI에서 가능한 벗어나지 않도록 기존의 그래픽을 강화하거나 다듬는 수준의 이식을 했다면 이 NDS 판은 기존의 그래픽을 완전이 제거하고 3D 모델링을 새로 제작했다.

그래픽을 3D로 교체한데 이어서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조작하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 기존의 텍스트 대사로만 처리하던 스토리 텔링을 3D 모델을 적극 활용하여 제대로 된 전달력을 이끌어냈다.

두 스프라이트 사이에 텍스트 팝업을 넣어서 대사만 하는거랑 살아 있는 표정에 극적인 카메라 워크를 통한 전달력은 비교를 불허한다.

하지만 장점은 이것 뿐...

나머지는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요소들이다.

그래픽을 완전히 갈아치웠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파워는 현저히 저하되었다. 그럼에도 캐릭터간 대사 텍스트는 완전히 동일하며 월드맵, 던전 맵 모두 오리지널 게임과 동일하다.

향수를 자극하고 싶었으면 그래픽도 오리지널 게임과 일관성을 유지하던가, 아니면 변화를 주고 싶었으면 그래픽 뿐만 아니라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 (시스템)도 많은 변화를 줬어야 했다. 

성검전설 3의 리메이크 (Link) 는 그나마 (부족한 느낌이 있지만...) 현대의 시스템을 차용하려 노력했으나, 이 게임은 그런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이건 반쪽짜리 리메이크이다. 
리마스터 이식을 할건지, 리메이크를 할껀지 스탠스를 확실히 잡았어야 했다.

스토리 진행중에 캐릭터 음성도 추가되고 BGM도 강화가 된 느낌은 있으나, 이 기기는 사운드칩이 게임보이 어드밴스와 맞먹을 정도로 열악한 DS 다. SFC 에뮬레이터를 하다가 이 게임을 하게 되면 음성이건 BGM이건 많이 거슬리는게 느껴진다.

BGM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용량 키워가며, 성우 고용해 가며 음성을 추가할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차라리 픽셀 리마스터판을 플레이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