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 제로 : 누레가라스의 무녀 (Zero : Maiden of Black water)


히카미 산은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는곳으로 이 곳의 무녀는 죽음의 강물이 현세의 강물로 넘어 오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바치는 인신 공양을 하고 있다.

이 무녀를 위로 할 수 있도록 히카미산에 찾아 오는 남자들과 무녀가 결혼을 할 수 있는데, 결혼을 하게 되면 남자 역시 인신공양의 제물이 되어 같이 궤에 갖히게 된다.

어느날 무녀에게 연심을 품은 남자가 마음을 고백하나 무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앙심을 품은 남자는 산에 있는 무녀와 신관들을 무차별 학살하기 시작하고 무녀들이 평정심을 잃자 죽음의 물이 현세에 넘어오기 시작하여 죽음의 산이 된다.

죽음의 기운이 너무 강하여 자살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산을 방문하여 자살을 한다.

자살자가 아니더라도, 너무나 많은 무녀가 남자에 의해 살해 되었어 제를 지낼 무녀를 구할 수 없어, 산에 오는 여자를 홀려서 무녀 대신 인신 공양으로 하고, 이곳을 찾는 남자는 귀신에 홀려 무녀와 결혼을 당해(?) 같이 제물이 되고 있었다.

이런 산에 들어온 주인공은 실종 된 사람들을 하나 하나 찾아 나가며 사람들과 영들을 구원하다가, 끝내 비련의 무녀를 성불시키고 죽음의 물을 다시 되돌리게 된다.


령 시리즈는 대학생 시 동아리 회원이 동아리방에 PS2를 가져오는 김에 잠깐 (아주 잠깐) 해 봤던 기억이 있다.

도스 게임만 알던 시절 PS2 게임 그래픽에 놀라고, 주인공이 예뻐서 놀라고, 귀신 나올 때 마다 컨트롤러가 울려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추억보정때문인지 매우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던 령 시리즈를 다시 해 보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연출이 왜 이래?' 였다.

게임이란건 이전의 포스트에서도 썼듯이 게이머가 게임 속 인물이 되어서 게임속 세상을 체험하는것이다. 용자가 마왕을 무찌르건, 형사가 범인을 잡건, 자동차 도둑이 되어서 난리를 치건, '아 이건 이럴 수 있겠다', '이건 이렇게 하면 되겄네' 정도로 어느정도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을 하다보면, '얘 왜이래? 병X인가?'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조수가 귀신에 홀려 자살을 하고 있는걸 보면서도, 소리를 지르는게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것 마냥 아무것도 안 한고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다거나,
주인공이 폐가가 된 사당에 간다는데 같이 따라가 주지는 못할 거기서 돌아오지 못할거라는 저주같은 소리만 해 대고 있다. 실종되었던 사람을 찾으면 흥분되거나 놀라는 혹은 기뻐하는 목소리와 제스쳐로 'XXX야 너무 찾았어 엉엉' 대부분 이런 걸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주인공은 그냥 '....'  그러곤 끝이다. 

가장 이질적인 부분이던 감시 카메라를 보며 여자들을 지키는 챕터를 보면 가관인게, (일단 침실에 CCTV가 있다는건 제쳐 두고서라도) 유령이 쳐들어와서 사람을 해꼬지 하려는데, 여자들을 깨우려 시도를 하기는 커녕 지 혼자 뛰어다니면서 복도를 확인하는걸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아니 감시하기 쉽게 사람을 한 곳에 모아 놓던가, 머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수상한 노파가 자기 이름도 아닌 이미 죽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이상한 방으로 데려 가는데, 자기 의지로 그걸 그대로 따라가는 걸 보고 있자면...

마지막 보스를 사진기로 열심히 때려 잡다가 갑자기 부여잡고 서로 우는걸 보면서... 아... 많이 안 팔린 이유가 있구나. 싶다.

여자들이 많이 등장하는 게임인데, 예전 게임이라 그런지 얼굴 모델링이 똑같다. 머리 모양과 옷으로 구분하지 않으면 정말 구분이 하나도 안된다. 

이 시리즈의 주 소재가 살아 있는 제물인데, 산 제물을 바치는 이유와 의식이 짧은 텍스트가 전부다보니, 그냥 사람 죽이는게 의식과는 상관없이 그냥 이 지방 풍습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잠깐 해 봤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누레가라스의 무녀 게임엔 자살하는 사람이 너무 많이 나오는데, 용케도 심의를 통과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 포스트 중 드레드아웃을 대차게 깐 적이 있는데, 원본이 이래서 저런 게임이 나왔구나... 싶다.